플라스틱 용기를 제조해 일본으로 수출하는 S사는 올 상반기 매출이 30% 넘게 급감했다. 원화 약세 못지않은 장기 엔저 영향으로 환율 효과를 보기는커녕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산 제품의 ‘역공’이 거셌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본 현지 업체 제품 가격이 내려가면서 현지인들이 자국산 구매로 돌아섰다”며 “15%가량 오른 폴리프로필렌(PP) 등 급등한 원료 가격을 수출단가에 반영한 이후 주문량이 더 줄었다”고 전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달러당 1300원대 환율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예상 밖으로 수출 중소기업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원화가 약세를 나타내면 한국산 제품의 해외 판매가격이 낮아져 수출 기업에 유리하다는 교과서적인 경제 상식이 더는 통하지 않아서다.

고환율 효과가 실종된 원인으로는 글로벌 수요가 급감한 것이 우선 꼽힌다. 황동으로 제작한 산업용 밸브를 수출하는 D사는 월평균 수출액이 15억~20억원 선이었으나 작년 4분기 이후 월 8억~9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엔화가 원화보다 심한 약세를 보이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21년 이후 이달 초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15.9% 떨어질 동안 엔화값은 25.2% 하락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중소기업의 주력 수출품이 가격 탄력성이 낮은 품질 경쟁력 위주로 바뀐 점도 환율 효과를 반감시켰다”고 짚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