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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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에게선 회장님 특유의 권위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처음 회장실에 들어간 임원들은 깜짝 놀라곤 한다. 윤 회장이 먼저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고, 집무실을 나올 때도 등을 두드려주며 격려해서다. 하지만 공인회계사 출신답게 숫자에 밝고 회의 때도 보고 대신 토론을 즐겨 처음엔 임원들이 진땀을 흘렸다고 한다. 이전까지 KB금융 임원들은 대부분 실무자가 만든 회의 자료를 갖고 회장에겐 보고만 했다. 하지만 윤 회장 취임 이후엔 임원들이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 직접 회의 자료를 만든다. 윤 회장도 금요일 저녁엔 두툼한 자료를 들고 퇴근한다. 평일에 보지 못한 보고서를 주말 동안 읽기 위해서다. 회장 취임 이후엔 골프도 치지 않는다.

윤 회장은 1974년 광주상고를 졸업하고 고졸 행원으로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다니며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땄다. 1981년 행정고시(25회) 1, 2차 시험에도 합격했지만 시위 경력 탓에 공직자의 꿈을 접어야 했다. 공인회계사로 2002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로 일하던 그를 고(故)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재무전략본부장(부행장)으로 영입하면서 다시 뱅커(은행원)의 길을 걷게 됐다. 당시 국민은행은 윤 회장을 ‘상고 출신 천재’로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할 정도로 기대가 컸다.

윤 회장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놓고 회장과 행장이 갈등을 빚은 ‘KB사태’ 직후인 2014년 11월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에 올랐다. 그해 KB금융(308조원)이 자산 규모 면에서 신한금융(338조원)에 뒤지자 “KB가 리딩 뱅크의 영광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윤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 토대를 꾸준히 닦았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2020년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등 보험사와 증권사를 차례로 인수하며 은행-증권-카드-보험 등 12개의 자회사를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키웠다.
9년 전 소방수로 재등판…KB를 다시 1위로
윤 회장은 KB금융을 은행 보험 증권 등 전통적인 금융업을 넘어 ‘넘버원(No.1)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경제 불확실성과 산업·업종 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가속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KB금융은 금융과 연관성이 높은 4대 생활금융 영역인 부동산(KB부동산) 자동차(KB차차차) 헬스케어(오케어) 통신(리브엠)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김보형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경제의 혈관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홈페이지의 회원 전용 콘텐츠 ‘한국을 움직이는 파워엘리트’ 시리즈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인 100명이 걸어온 길과 경영 성과를 분석했다. 첫 번째로 자산 700조원의 국내 최대 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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