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 대출금리가 하락하면서 금리 정점론이 확산하고 부동산시장 바닥론까지 나오자 대출 수요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리 정점론·집값 바닥론에 슬금슬금 늘어난 가계대출
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09조6762억원으로 전달보다 6935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담대 잔액은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감소세를 유지하다 지난달 증가세로 전환했다. 주담대가 늘면서 가계대출 잔액도 1년5개월 만에 증가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6122억원으로 전월 대비 1431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이 증가한 것은 대출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다.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전날 기준 연 3.91~6.12%로 집계됐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올해 초 연 8%대까지 치솟았다가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지난달 중순 이후 하단이 연 3%대로 떨어졌다. 변동형 주담대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올해 초 신규 취급액 기준 4.29%에서 지난달 3.44%로 하락한 영향이다.

같은 기간 고정형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각각 연 3.88~5.67%, 연 3.55~5.56%를 기록했다. 주요 은행 주담대 최저금리가 대출 유형에 관계없이 연 3%대로 낮아진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3개월 만이다.

은행들은 고정형 주담대와 전세대출 상품 위주로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등 금리를 낮췄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 5대 은행이 취급한 주담대 평균 가감조정금리는 0.9~2.71%포인트로 작년 말(0.38~2.53%포인트) 대비 상·하단이 각각 0.52%포인트, 0.18%포인트 올랐다. 가감조정금리에는 본부·영업점 조정금리와 급여 이체 등 부수 거래에 따른 감면 금리 등이 포함된다.

하반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도 대출 수요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부동산 대출 수요가 살아나면서 가계대출 부실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0.31%로 전년 동기(0.17%) 대비 0.14%포인트 상승했다. 주담대 연체율도 0.1%에서 0.2%로 올랐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