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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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멤버십을 지구상 최고로 만들겠다.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시장을 혁신하겠다”(김범석 쿠팡INC 대표,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대한민국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가장 큰 규모의 멤버십 연합체를 보게 될 것이다. 약속할 수 있다”(강희석 이마트 대표, 8일 신세계 유니버스 출범 기자 간담회에서)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유통 거인

드디어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신세계그룹과 쿠팡의 물러설 수 없는 ‘멤버십 전쟁’이다. 쿠팡이 배송·음식 배달·동영상 콘텐츠 등 일상에 직결된 혜택으로 독주하는 상황에서 신세계는 스타벅스를 포함한 7개 계열사가 뭉친 ‘신세계 유니버스’에 CJ제일제당, 대한항공, KT 등과 연합군까지 끌어들이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2019년 5월 출범 이후 독자 운영을 고집하던 쿠팡이츠가 최근 와우멤버십의 우산 아래 모인 건 다분히 신세계를 의식한 포석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쿠팡은 올 4월부터 월 4990원을 내는 와우 멤버십 회원에 한해 배달 음식의 5~10%를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과 경기 일부에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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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가 9일부터 ‘존윅 4’를 무료 공개하기로 한 것도 시점이 미묘하다. 키아누 리부스 주연의 존윅4는 약 10억 달러의 글로벌 흥행을 기록한 강력한 콘텐츠다. 국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와우 멤버십 비용 석 달 치가 아깝지 않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7월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초청할 예정이다. 지난해 손흥민 소속 토트넘 경기로 화제를 모은 ‘쿠팡플레이 시리즈’의 후속작이다. 맨체스터 시티는 이번 프리미어리그 우승, FA컵 우승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둔 팀이다. 맨체스터 시티가 챔피언스리그까지 우승까지 거머쥘 경우 스포츠 빅 이벤트 개최를 통한 와우 멤버십 강화 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유료 멤버십 1100만, 압도적 1위 쿠팡

쿠팡의 와우 멤버십은 유료 회원제로 단연 국내 1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주요 구독경제 서비스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KT IPTV 가입자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858만명이다. 코웨이 정수기 렌털(656만명·지난해 6월), SK브로드밴드 IPTV(624만명), 넷플릭스(500만명), 멜론(500만명) 등도 아직 ‘1000만 돌파’를 못하고 있다.

쿠팡의 견고한 성에 맞설 신세계의 무기도 만만치 않다. 8일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강희석 대표는 “고객은 때론 명품을 원하고, 때론 가성비 상품을 원한다. 옴니채널의 쇼핑 니즈가 인간의 본성이다. 이를 거대한 하나의 플랫폼이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신세계가 택한 것이 다양한 쇼핑 채널들을 횡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연 3만원만 내면 신세계백화점, 면세점, 이마트, G마켓, SSG닷컴, 스타벅스 등 6개 핵심 계열사의 상품을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강 대표는 “소비자는 가입비 10배 이상의 혜택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확장 범위 넓은 '신세계 유니버스'의 잠재력에 '주목'

CJ제일제당 등 다른 기업과의 연대도 신세계 유니버스의 강점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소규모 온라인 셀러 중에서 쿠팡을 통해 대박을 터트리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은 쿠팡에 맞설 또 다른 판매 무대를 바란다”며 “신세계 유니버스에 올라타 쿠팡과의 협상 지렛대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는 럭셔리 브랜드들도 신세계와의 제휴 가능성이 높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진출을 주저하는 고가 브랜드로선 일단 온라인 시장에 발을 디딜 경우 그동안 신뢰가 쌓여 있는 신세계, 롯데쇼핑 등과 손을 잡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멤버십과 파트너십이 신세계가 쿠팡에 맞설 두 개의 기둥인 셈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쿠팡과 신세계의 맞대결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제로섬 게임’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쿠팡 가입자가 쿠팡을 탈퇴하고 신세계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오히려 신세계와 쿠팡이 두 개의 블랙홀처럼 소비자들을 빨아들이면서 군소 e커머스 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