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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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봉한 영화 ‘블랙팬서’에는 부산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한 추격 장면이 나온다. 20여 분짜리 장면을 찍기 위해 마블이 부산에서 고용한 인력은 스태프·보조출연·통제요원 등 3000명에 달했다. 영화·드라마 등 영상콘텐츠 산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콘텐츠 산업의 고용 창출 효과는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콘텐츠 산업의 취업유발계수(생산·투자·소비 등 경제활동이 10억원 늘어날 때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고용자 수)는 14명으로 반도체(2.1명)의 7배에 달한다.

영화 한 편을 제작하려면 감독·배우·편집 등 영상 관련 인력뿐 아니라 녹음·작곡(음악), 무대·그래픽·조명(미술) 등 여러 분야의 인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촬영장 뒤편에서 일하는 분장사, 로케이션 매니저, 푸드스타일리스트 등 이색 직업까지 더하면 대작 한 편을 만들 때마다 수천 명이 달라붙는다.

해외 국가들이 앞다퉈 영화·드라마 제작비의 세액공제율을 높인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은 2007년 영화 제작비의 세액공제율을 20~25%로 올린 뒤 13만734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똑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20년 콘텐츠진흥원이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율을 2배로 올렸을 때 나타날 경제효과를 분석한 결과, 5년 동안 새로운 일자리가 1만3684개 생길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생산 유발효과는 2조6142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9973억원이었다.

‘대박’이 터지면 그 경제효과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커진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K콘텐츠 수출액이 1억달러 증가할 때마다 소비재 수출을 포함한 생산 유발효과는 5억1000만달러(약 6000억원) 늘었다. 칸·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영화 ‘기생충’이 그랬다. 경제적 효과를 돈으로 환산하면 1조4000억원 규모다. 국가 이미지 제고, 광고, 수출 등 효과를 더한 기생충의 경제효과는 약 2조원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추산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