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家)의 홍라희 전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최근 2조원 넘는 대출을 받았다.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 별세 후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다. 유족은 지금까지 6조원가량을 납부했고, 3년간 추가로 6조원을 내야 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홍 전 관장과 이 사장, 이 이사장은 주식을 담보로 2조원 넘는 대출을 받았다. 홍 전 관장이 1조4000억원, 이 사장 5170억원, 이 이사장은 1900억원이다. 이전에 받은 대출까지 합치면 세 사람의 주식담보대출은 4조781억원에 달한다.

홍 전 관장 등은 보유 지분도 매각했다. 홍 전 관장은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약 2000만 주, 이 사장은 삼성SDS 약 150만 주, 이 이사장은 삼성SDS 300만 주와 삼성생명 350만 주를 팔았다.

이는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다. 삼성가는 매년 2조원 이상을 내고 있다. 삼성가의 상속세 납부로 국내 상속세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한국 상속세수는 2020년 3조9000억원에서 이 선대회장 별세 후 2021년 6조9400억원, 2022년 7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삼성가의 또 한 가지 부담은 대출 이자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세 모녀가 받은 주식담보대출 금리는 2년 전 연 2%대에서 현재 연 5%대로 크게 올랐다. 이들이 부담하는 대출 이자만 연간 2000억원 이상이다.

보유한 주식의 주가가 떨어진 점도 악재다. 일부 매체에선 이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크게 늘어났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이 선대회장 별세 후 유산을 상속받으며 주식 자체가 증가한 영향이다. 주가가 올라 지분 가치가 늘어난 게 아니라는 의미다. 이들이 상속받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주식만 따지면 지난 3년 사이 오히려 지분 가치는 줄었다. 2020년 말에 비해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주가는 각각 11%, 15%, 20%, 29% 하락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