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코끼리는 성스러운 동물이다. 현지 바이어들이 코끼리 조각상을 선물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부를 가져다주는 의미라 한다. IMF는 올해 인도가 G20 국가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견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인도 시장하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인도가 14억2577만 명이 넘는 세계 제일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세금을 내는 인구는 전체 6%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일인당 국민 소득은 2567달러로 우리나라 1985년도 수준이다. 아직 우리의 수출시장으로 가치가 선뜻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인구 대국 중국의 경우를 보면 마냥 손 놓고 볼 수 없다. 중국은 농업에 종사하던 인력이 도시로 와서 일하면서 소득수준이 높아져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지난 4월 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 LVMH(루이비통 모에헤네시)는 유럽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5000억 달러를 넘겼는데 이는 중국의 소비 증가 때문이다.

인도는 안정적인 정치를 기반으로 경제가 점점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인도 최대 광물자원 기업 베단타 그룹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과 협력하기 위해 방한했다. 인도 정부는 자국 내 생산 유도를 위해 PLI(생산연계 인센티브)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반도체·디스플레이의 경우 별도 조직을 만들어 프로젝트 총비용의 50%까지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베단타는 인도 구자라트주에 194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6월 중 인도 모디 총리가 직접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하고 올해 하반기에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베단타의 한국 방문 이유는 인도 디스플레이 산업 공급망 생태계에 기술력 있는 한국기업이 참가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베단타는 2024년 인도 시장 규모를 스마트폰 2억 대, TV 1300만 대, 자동차 1000만 대로 예상한다. 이에 맞춰 LCD 8.6세대 디스플레이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LCD에서 OLED로 넘어가는 추세를 고려하면 인도가 옛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의외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100달러 미만의 핸드폰에 대한 수요가 대부분이며 이를 만들 수 있는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이 주목표다.

5년 후 인도가 수입하는 전자부품 규모는 4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앞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수입은 더 많아질 것이기에 관련 제품 관세를 높게 부과하고 자국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공장을 세워도 주요 원자재, 중간재 등은 한국에서 가져온다. 또한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유휴 장비 등 자본재 도입을 검토하는 등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계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 수출의 기회가 보인다.

이승기
인도 암다바드 무역관장
이승기 인도 암다바드 무역관장
올해는 한-인도 수교 50주년 기념의 해이자 인도가 G20 의장국을 맡은 해다. 정치·경제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여러 분야가 검토될 텐데 디스플레이·반도체 분야의 협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디스플레이 공급망은 방대하고 초기에 셋업이 되면 거래선을 쉽게 바꾸기 어렵다. 우리 디스플레이 화면에 인도가 보인다. 아니 인도 코끼리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