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라면 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가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3.3%)을 나타냈지만, 라면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먹거리 품목 상승률이 두 자릿수로 치솟으면서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4.04로 전년 동기 대비 13.1%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14.3%) 후 14년3개월 만의 최고치다. 라면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3.5%에서 10월 11.7%로 급등한 뒤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10%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라면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기 때문이다. 농심이 지난해 9월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한 데 이어 팔도, 오뚜기도 바로 다음 달 제품 가격을 각각 9.8%, 11.0% 인상했다. 삼양식품이 마지막으로 같은 해 11월 라면 가격을 평균 9.7% 올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의 먹거리 지표인 가공식품과 외식 부문 세부 품목 112개 중 31개(27.7%)는 물가 상승률이 10%를 웃돌았다. 잼이 35.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치즈(21.9%) △어묵(19.7%) △피자(12.2%) △두유(12.0%) △커피(12.0%) △빵(11.5%) 등의 순이었다.

지난달 가공식품과 외식 부문 상승률은 각각 7.3%와 6.9%였다. 소폭 하락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3%)의 두 배를 웃돌았다. 특히 가공식품은 통계청 조사 대상 73종 중 68종의 가격이 작년 5월 대비 상승했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두 자릿수인 품목도 29종에 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중 축산물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8% 하락했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 상승폭이 3.2%로, 1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채소(6.9%)와 수산물(6.1%) 가격은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채소는 호박(33.9%) 양파(33.5%) 당근(25.2%) 등이 전년 대비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수산물은 전복(-1.5%)을 제외한 전 품목 가격이 전년 대비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먹거리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조금씩 둔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올여름 예상하지 못한 태풍이나 폭우 피해가 발생하면 국민 생활과 밀접한 농·축·수산물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