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2일(현지시간)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2일(현지시간)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대기업은 이미 유명해졌지만 이들 기업을 움직이는 경영자의 이야기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경제신문은 홈페이지의 회원 전용 콘텐츠 ‘한국을 움직이는 파워엘리트’ 시리즈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100명의 경영 스타일, 인생사는 물론 취미, 주량 같은 개인적인 부분까지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첫 번째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삼성전자의 총수 이재용 회장을 다뤘다.

“제이 와이 리(Jay Y. Lee)와 만날 수 있을까요.” 국가수반, 글로벌 기업 총수들은 한국 방문 때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미팅 10분’을 얻기 위해 애쓴다. 만남 자체로 자국 언론에 대서특필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부터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까지. 이 회장의 네트워크는 글로벌 톱티어(일류)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의 네트워크는 국가 자산 역할까지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1년 화이자 백신 50만 명분을 조기 도입할 수 있었던 데도 ‘JY 인맥’이 큰 역할을 했다.

이 회장은 2003년 삼성전자 상무로 승진한 뒤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해외 출장에 동행하며 본격적으로 네트워크를 쌓았다. 이 회장의 최강 네트워크에는 몸에 밴 ‘겸손’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샷들도 줄댄다…글로벌 최강 'JY네트워크'
학창 시절 이 회장은 학적부에 아버지 직업을 ‘회사원’이라고 적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동기의 등록금을 내주긴 했지만 ‘가진 집 아들’ 티를 내지는 않았다고 한다. 2005년께 서울 강남의 한 평범한 식당에서 집게를 들고 삼겹살을 굽는 이재용 상무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회장이 마지막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 동기 모임에 나온 건 부사장이 되기 직전인 2009년 연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소맥을 돌리며 평소보다 과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을 나타내는 다른 수식어는 ‘소탈함’이다. 주종을 가리지 않고 벌주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일반 직장인 같다는 얘기가 삼성에서 나온다. 이 회장에 대해 사람들은 “어지간해선 취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소주 2~3병 정도는 어렵지 않게 마신다.

이 회장의 요즘 취미는 등산이다. 매주 명산을 지인들과 함께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 실력은 평균 75~76타로 수준급이다.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50야드 전후인 장타자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회장은 5년 전 골프를 끊었다.

승마 선수로 각종 대회도 휩쓸었다. 1989년 한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말의 상태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면 결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없다”며 “승마를 하면 늘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게 몸에 밴다”고 설명했다. 야구 애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이 고교생 시절 이건희 선대 회장에게 “야구팀 버스를 좀 더 큰 것으로 바꿔주면 선수 컨디션이 좋아져 성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건의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회장은 자신의 장점인 글로벌 네트워크, 빅샷들과 교류하며 쌓은 식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미래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세계 2위에 오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다. 바이오 사업도 ‘제2의 반도체’로 집중 육성해 성과를 내고 있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부친 이건희 선대 회장의 경영 신화는 새겨야 할 유산이자 뛰어넘어야 할 벽으로 꼽힌다. 이 회장의 경영 성과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창 글로벌 경영에 속도를 내야 할 시기에 ‘사법 리스크’를 안게 된 것이 이 회장의 가장 큰 불운으로 꼽힌다. 한국의 자랑인 동시에 질시의 대상이 되는 삼성의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그의 숙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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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