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유망주를 선발해 지원해온 신한은행의 ‘신한음악상’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K클래식’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신한음악상 출신 성악가 김태한(22·바리톤·사진)이 지난 4일 아시아권 남성으로는 최초로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다. 첼리스트 김가은(어빙 클라인 국제현악콩쿠르)과 한재민(에네스쿠 콩쿠르) 등 역대 신한음악상 출신 국제 콩쿠르 1위 수상자만 8명에 달한다.
'K클래식 새 역사' 뒤엔 신한은행이 있었다

클래식 스타 발굴 산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2009년부터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프로그램의 하나로 신한음악상을 시상해오고 있다. 일반 메세나 활동과 달리 직원들의 기부금으로 조성한 재원으로 시작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 등 4개 부문에서 만 19세 이하의 순수 국내파 클래식 유망주만을 발굴해 성장을 지원하는 것도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신한음악상 수상자에게 1600만원의 장학금 지원과 함께 해외 명문 음악학교 마스터클래스 연수, 세종체임버홀 정기연주 기회 제공 등을 통해 음악가로서 성장을 돕는다. 이 덕분에 지난해 14회까지 모두 61명의 신한음악상 수상자 중 15명이 국제 콩쿠르에서 1~3위에 입상했다.

선화예고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순수 국내파인 김태한도 고교 3학년이던 2018년 ‘제10회 신한음악상’ 성악 부문에서 수상하면서 신한은행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함께 상을 받은 피아니스트 지윤건, 바이올리니스트 유다윤, 첼리스트 김가은 등과 2019년 1월 미국 뉴욕으로 마스터클래스 연수를 갔다. 그곳에서 세계 최고의 음대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줄리아드에서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미국 최대 오페라극장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카르멘’을 관람하며 오페라 가수의 꿈도 키웠다.

다양한 성장 기회도 마련해줘

신한음악상은 수상자를 가려 시상하고 끝나는 콩쿠르가 아니다. 수상자들이 기량을 갈고닦을 수 있도록 돕고, 재능을 사회와 나눌 수 있는 음악가로서 성장을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2021년부터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매년 8월 신한음악상 수상자 연주회인 ‘S-클래식 위크’를 열고 있다. 수상자들이 더 많은 무대 경험을 통해 세계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김태한도 지난해 8월 16~19일 열린 공연에 참여했다.

신한음악상 수상자들의 국제 콩쿠르 도전 사례가 늘어나자 신한은행은 서울 역삼동 신한아트홀을 무료 연습실로 내놨다. 김태한도 이번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부른 가곡 등을 신한아트홀에서 실전처럼 연습하고 녹화하며 경연을 준비했다. 신한음악상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신한은행 사회공헌부 김용섭 수석은 “‘음향시설이 잘 갖춰진 공연장에 설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수상자들의 의견을 듣고 세종문화회관 연주회를 정례화했다”며 “신한아트홀 제공도 수상자들의 해외 무대 진출 지원을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신한은행은 음악가들의 재능 기부 확대 차원에서 신한음악상 수상자와 발달장애 연주자가 함께하는 ‘위드 콘서트’를 열고 있다. 김태한도 2019년 6월 발달장애 연주자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섰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앞으로도 신한음악상을 통해 클래식 유망주들의 꿈을 응원하고, K클래식의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