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던 폐차 시트, 미래차 탑승
버려진 폐차 가죽시트가 미래 친환경차 소재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친환경 시트 기술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현대트랜시스가 가죽시트를 미래차 소재로 재활용하기 위한 국책과제 수행에 나서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는 올 하반기부터 ‘미래차용 친환경 소재·응용제품 및 폐가죽 리사이클 기술’을 개발하는 국책과제를 수행한다. 한국신발피혁연구원과 한국섬유소재연구원, 충남대 등 시트 분야 학계와 연구원 등도 함께 참여한다.

이들은 천연가죽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트랜시스는 이를 기반으로 폐차 가죽시트를 미래차 시트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간 폐차 시트는 별도 리사이클링 기술이 없어 대부분 폐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소요 기간이 42개월, 정부 지원금이 91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미래형 국책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번 과제는 현대트랜시스가 기존 시트 관련 기술력을 활용해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2019년 통합 출범 이후 친환경 시트를 앞세운 ‘에코시트’ 로드맵을 수립, 실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 시트를 개발하고, 제품 연구 단계부터 제조 공정까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는 ‘유해물질 제로(0)’를 목표로 인간친화적인 시트 개발·생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유해물질인 브롬계·안티몬계 난연제를 친환경 인계·무기계 난연제로 대체한 친환경 인조가죽(2019년)과 시트 섬유원단 표면에 불소계 방오처리제가 아니라 친환경 실리콘계 방오제를 입히는 방오처리 기술(2020년) 등이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최근엔 톨루엔계 원재료와 난연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슬라브폼(자동차 내장재 소재) 선행 연구에도 나섰다.

시트 원재료를 천연 소재에서 추출한 바이오매스로 대체하는 등 자연친화 기술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바이오매스는 연소 시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이 적은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현대트랜시스는 기존 석유계 소재를 천연광물 자원인 석영에서 추출한 실리콘으로 바꿔 차량 1대에 18.4㎏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실리콘 인조가죽 시트(사진)는 현대자동차 G90와 그랜저GN7에 장착됐다.

화학섬유를 천연섬유로 30%까지 대체하는 섬유원단도 개발 중이다. 천연가죽을 만들면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60% 이상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 확보에도 나섰다.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은 “2040년까지 전 사업장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