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연속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중국 CATL(닝더스다이)이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신에너지자동차(친환경차) 보조금을 중단하면서 중국 시장 위주의 기존 전략을 고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CATL은 역사는 짧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와 넓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기술력과 매출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CATL은 세계 1위를 지키기 위해 중국 내 생산시설 확충에 이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배터리 시장에서 CATL의 점유율은 지난해 22.3%로 전년 대비 8.3%포인트 높아졌다.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점유율은 37%로 압도적 1위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29.7%로 전년 대비 5.4%포인트 줄었다.

CATL은 첫 해외 생산 기지인 독일 공장을 지난해 말 가동하기 시작했다. 독일 공장 규모는 14기가와트시(GWh)다. 헝가리 동부 데브레첸에도 100GWh 규모의 유럽 제2공장 건설에 나섰다.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도 생산 거점을 마련한다. 자동차 기업 포드는 지난 2월 35억달러를 전액 투자하고 CATL이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해 업계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테슬라도 이런 방식으로 CATL과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의회 일각에선 중국 기업이 우회 전략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보조금을 받는다고 비난하고 있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 당국의 규제도 해외 확장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초 CATL은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으로 5월 스위스 취리히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최소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연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금융당국이 CATL의 추가 자금 조달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중국 시장 내 경쟁 과열로 누적되는 재고도 걸림돌이다. CATL은 ‘리튬 수익 환원’ 계획을 내놓으며 경쟁 업체들을 따돌리고 있다. 전기차 기업이 3년간 전체 배터리의 80%를 CATL에서 구매하는 조건으로 가격을 큰 폭으로 할인해 장기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