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수박' 전성시대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 과일인 수박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농촌의 고령화가 맞물리며 대형 수박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부담이 된 영향이다. 대형마트에서는 크기가 작은 수박의 매출 증가율이 큰 수박의 매출 증가율을 웃도는 등 ‘소형 수박’ 전성시대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4일 대형마트 A사에 따르면 지난해 5㎏ 미만 소형 품종 매출은 전년 대비 62.9% 급증했지만, 일반 대형 품종 매출은 8.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에도 소형 수박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지만, 대형 품종 매출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소형 수박 인기의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공급 측면의 변화를 꼽았다. 농촌 고령화가 다른 과채류에 비해 수확할 때 허리를 자주 굽혀야 하는 등 재배 난도가 높은 수박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큰 수박보다는 작은 수박을 농가에서 선호하는 이유다.

최근 몇 년 새 수박 가격이 꾸준히 상승세인 것도 농촌 고령화의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수박 한 통의 연평균 가격은 2020년 2만813원에서 2021년 2만885원, 지난해 2만3869원으로 올랐다. 올해도 2일까지 평균 가격이 2만3393원에 달했다.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되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A대형마트 수박 담당 바이어는 “올해 수박이 수정될 시기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기형 발생 비율이 작년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1인 가구의 증가도 소형 수박의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수박은 크고 무거워야 맛있다’는 통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마트 수박 담당 바이어는 “이전에는 당도를 중시하는 고객들은 큰 수박을 주로 구매했다”며 “까망 애플수박 등 신품종 개발이 이뤄지며 소형 수박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