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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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과일인 수박 크기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가 맞물리며 대형 수박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부담이 된 탓이다. 대형마트에서는 크기가 작은 수박의 매출 증가율이 큰 수박의 매출 증가율을 웃도는 등 ‘소형 수박’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농촌 고령화에 수박 재배 난이도 상승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수박 한 통 소매 가격은 2018년 이후 줄곧 2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연평균 수박 소매 가격은 2020년 2만813원에서 2021년 2만885원, 지난해 2만3869원으로 상승했다. 올해도 2만3393원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박의 재배 난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큰 원인은 농촌 고령화다. 수박은 넝쿨이 바닥을 기어가도록 재배하는 포복성 재배가 일반적이라 수확할 때 허리를 자주 굽혀야 한다. 참외, 토마토 등 다른 과채류에 비해 확연히 무겁다보니 고령 재배자들 사이에서 수박 재배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식자재유통업체 과채 담당 바이어는 “수박은 1년에 한 번만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라 농가 입장에서는 효율이 떨어지는 상품”이라며 “최근 몇 년간 수박 신규 농가 유입은 거의 전무했다”고 전했다. 이어 “인건비 급등으로 수확 시점에 사람을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급격한 기후변화도 수박 재배 난이도를 높였다. 수박은 아침과 저녁의 일교차가 커야 잘 자라는 작물인데, 이상고온으로 하루종일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생육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 빈번해졌다. A 대형마트 수박 담당 바이어는 “올해 수박이 수정될 시기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기형 발생 비율이 작년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작은 수박 찾는 소비자들

‘수박은 크고 무겁고 단단해야 맛있다’는 통념도 인구 구조 변화와 함께 바뀌는 추세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대형 수박보다는 보관과 처리가 간편한 소형 수박 수요가 증가했다. 국내 B 대형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5kg미만 소형 품종 매출은 전년대비 62.9% 급증한 반면 일반 대형품종 매출은 8.6%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지난달에도 소형 수박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5% 늘었지만 대형품종 매출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파머스픽 까망 애플수박
파머스픽 까망 애플수박
이에 일부 농민들은 대형 수박에서 소형 수박으로 품목을 전환하기도 한다. 소형 수박은 허리 높이까지 넝쿨을 끌어올리는 고설재배 형식으로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B 대형마트 수박 담당 바이어는 “이전에는 소형 품종이 대형 품종에 비해 ‘맛이 덜하다‘는 인식이 강해 당도를 중시하는 고객들은 큰 수박을 주로 구매했다”며 “까망 애플수박 등 신품종 개발이 이뤄지며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소형 수박 선호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본격적인 수박철을 맞아 이달 7일까지 소형 수박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이마트에서는 국내산 블랙망고 수박(5kg 미만)과 국내산 까망 애플수박(3kg 미만)을 할인 판매하고 롯데마트는 엘포인트 회원 대상으로 소형 수박 전 품목을 2000원 할인하기로 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