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증권사 신원확인 절차 제대로 거치지 않아 피해 주장"
증권사들 "비대면거래는 전 금융권 공통…투자자가 본인정보 유출"
CFD 안 하는데…일부 증권사 신용거래 대상 소송 채비
미등록 투자자문업체 라덕연(42)씨 일당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이 차액결제거래(CFD)와 무관한 일부 증권사를 상대로도 소송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해당 증권사는 비대면 거래는 모근 금융회사가 공통으로 하는 것으로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반발했다.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는 이번 주가조작 사태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투자자 7명이 키움증권, 삼성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4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원앤파트너스 측은 "투자자들을 만나 피해 사례 등을 듣고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며 "우선 다음 달까지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를 보고 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는 CFD를 취급하지 않는 이베스트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을 상대로도 소송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신원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라덕연씨 일당이 신용융자 거래를 할 수 있게 해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법무법인 측은 전했다.

원앤파트너스 측은 "위험성이 큰 신용거래가 가능한 모든 증권계좌를 개설할 때 당사자에게 직접 개설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계좌의 성격, 거래의 위험성에 관한 설명도 하지 않은 증권사의 행태는 위법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앤파트너스 김성준 이사는 "모든 증권사의 신용융자 거래 절차가 똑같지 않다"며 "위험성 관련 설명문을 띄워 버튼 하나 누르면 약정이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증권사는 본인 확인 절차를 한 번 더 거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권사는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했으니 잘못한 게 없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우리는 계좌 개설과 대출 약정을 별개의 거래 행위라고 생각해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증권사들은 이런 소송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비대면 계좌 개설은 모든 금융회사 정상 업무인 데다 투자자들이 아이디 등 모든 신용 관련 정보를 라씨 일당에 넘기고서 증권사에 배상책임을 묻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이베스트증권 관계자는 "정상적인 금융회사 신용대출 프로세스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도 "계좌 개설 때 본인 인증을 거치고 신용 약정을 처음 할 때도 문자 메시지를 통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라씨 등 주가조작 핵심 3인방을 재판에 넘기고 이들의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와 고액 투자자들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 등 방식으로 8개 상장사 주가를 띄워 약 7천305억원의 부당이익을 거둔 혐의를 받는다.

2019년 1월부터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투자를 일임받아 수수료 명목으로 약 1천944억원을 챙긴 혐의, 같은 액수의 수수료를 식당과 갤러리 등 여러 법인 매출로 가장하거나 차명계좌로 지급받아 '돈세탁'을 거쳐 은닉한 혐의도 있다.

한편, 키움증권 등 13개 증권사는 CFD 신규 계좌 개설과 해당 계좌의 매매 중단 조치를 순차적으로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