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기업투자 4조원…2차전지 기업 몰려 '용지 조기매립' 결정
"전세계서 2차전지 업체 가장 많이 밀집한 곳으로"
'2차전지 메카' 꿈꾸는 새만금…"3조∼5조원 추가투자 협의중"
지난달 31일 찾은 새만금 산업단지는 곳곳이 공사판이었다.

산단 1공구에서 2공구까지 5km 구간 내내 공장을 짓기 위해 골조 공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새만금이 빠르게 '2차전지 클러스터'로 거듭나고 있다.

그간 기업 유치가 저조해 산업용지 추가 매립을 중단한 상태였으나, 기업 입주 수요가 폭주하면서 매립을 다시 진행할 정도가 됐다.

새만금에 볕이 든 건 지난해 5월부터다.

이때부터 1년간 체결된 입주 계약이 28건, 이들 기업이 약정한 투자 규모만 4조1천760억원이다.

앞서 9년간 투자 유치 실적(1조4천740억원)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2차전지 메카' 꿈꾸는 새만금…"3조∼5조원 추가투자 협의중"
2차전지 기업을 한데 모은다는 전략을 세운 게 유효했다.

지난 3월 SK온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중국 GEM(거린메이)과 1조2천억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고, 4월 LG화학은 중국 절강화유코발트와 함께 1조2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2차전지 기업 14개사가 새만금에 입주했으며, 7개사가 입주 예정이다.

새만금에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등 소재산업부터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분야까지 2차전지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기업이 고루 포진하게 된다.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은 "현재 3조∼5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 유치를 협의 중"이라며 "2차전지 밸류체인 중 아직 배터리팩 제조업체는 없어 유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만금에 입주한 2차전지 업체들은 서로 할인해주거나 우대하는 '협력 작업'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청장은 "새만금이 세계에서 2차전지 업체가 가장 많이 밀집한 지역이 될 수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빈 땅에 공장이 많이 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 메카' 꿈꾸는 새만금…"3조∼5조원 추가투자 협의중"
2차전지 소재 회사들이 새만금으로 몰리는 이유는 부지가 넓고 인허가 절차가 빠르기 때문이다.

전력 사용이 원활하고, 법인세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제정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로부터 배터리 소재를 조달하라고 사실상 강제한 영향도 크다.

충북 음성에 본사를 둔 이피캠택의 이성권 대표는 "천안과 구미 등 경남 쪽으로 신공장 설립을 1년 정도 알아봤다"며 "새만금은 첫 입주 타진 3∼4개월 만에 입주를 확정할 수 있었고 6개월 만에 입주 협약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피캠텍은 2차전지 기업 중 처음으로 새만금산단에 공장을 준공한 곳이다.

2차전지 핵심소재인 전해질 증산을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

이달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2차전지 메카' 꿈꾸는 새만금…"3조∼5조원 추가투자 협의중"
이처럼 기업투자가 늘면서 산업용지가 소진되자 새만금개발청은 기존 산단의 잔여 용지를 조기 매립할 계획이다.

잔여 용지 중 3·7공구(3.8㎢)는 내년 하반기까지, 8공구(2.2㎢)는 2025년 상반기까지 매립을 완료한다.

올해 3분기 중 착공할 예정이다.

용지가 급한 일부 기업에는 3·7공구 일부 구역을 먼저 매립해 내년 말부터 공장 건축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새만금개발청은 이달 28일 '새만금사업법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는 즉시 새만금산단을 국제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하기로 했다.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면 입주기업(창업·신설)은 법인·소득세를 3년간 전액 면제받을 수 있고 이후 2년간 50%를 감면받는다.

'2차전지 메카' 꿈꾸는 새만금…"3조∼5조원 추가투자 협의중"
새만금을 관통하는 남북도로가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에 맞춰 다음 달 뚫리면 교통 여건도 개선된다.

새만금 어디든 20분 안에 오갈 수 있다.

김 청장은 "2020년 개통한 동서도로에 이어 남북도로 준공으로 십자형 도로가 완성되면 새만금 교통·물류체계의 뼈대가 완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만금 내부와 광역도로망을 연결하는 지역 간 연결도로 20.7㎞ 건설사업은 올 하반기 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다.

공장이 늘면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공간이 필요하다.

새만금산단 남쪽의 새만금 2권역에는 인구 2만5천명(약 1만여가구)을 수용할 수 있는 '스마트 수변도시' 조성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총사업비 1조3천억원의 대형 사업이다.

현재 매립 공정률이 97%로, 이달 중 매립 공사가 끝난다.

실제 수변도시 아파트 입주 시기는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