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편집장 레터

ESG에서 논의되는 주제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업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인들이라는 점입니다. 기후변화가 그렇고, 생물다양성과 공급망 인권이 그렇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인적자본, 즉 직원입니다. 인재는 기업가치의 원천입니다. ‘인적자본’이라는 말 자체가 직원을 부가가치를 낳는 자본으로 파악하는 개념입니다. 인재는 기업의 위기 회복력과 변화 대응력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모든 시스템이 멈춰버린 팬데믹 위기 속에서 많은 기업이 경험으로 얻은 교훈입니다.

그동안 인적자본 문제는 기후변화 등 다른 주제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보공개라는 형태로 논의가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4월부터 기업의 인적자본 공시를 의무화한 일본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합니다. 보수적인 일본 기업 문화에 비쳐보면 놀라운 변화입니다. 인적자본 공시 의무화를 먼저 시작한 곳은 미국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0년 상장기업의 인적자본 공시를 의무화했습니다. SEC는 투자자 권익 보호와 투명한 기업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기업가치에서 인적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투자자에게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필수 정보라고 본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인재를 통한 일본 기업의 기업가치와 경쟁력 제고라는 정책적 목적도 담겨 있습니다.

인적자본 공시는 미국과 일본 기업만의 문제에 그칠 것 같지 않습니다. 국제기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기후변화에 이어 공시 표준 개발이 필요한 분야 중 하나로 인적자본을 점찍고 있습니다. 인적자본에 관한 국제적인 공시 표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표준화는 의무화로 가는 전 단계라고 봐야 합니다. 기업들의 준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많은 기업이 중장기 경영계획과 목표를 수립해 공개하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필요한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거나 확보할지 밝히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인적자본 공시는 기업에 보다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인재전략을 요구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인재 관리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사무실로 복귀한 직원들은 기존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기업문화와 인재전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직원들의 주장은 거침이 없습니다. 기업 내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DE&I)이 화두입니다. 인사 분야 전문가들은 기업문화를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직원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사람’으로 경제 기적을 이룬 나라입니다. 녹색 전환과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파도를 헤쳐갈 수 있는 과감한 인적자본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편집장 레터] ‘사람’이 유일한 자원이던 나라


장승규 〈한경ESG〉 편집장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