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운행 안돼" vs "지하 이용 불가"…여전한 입장차에 주민 불편 계속

경기 수원시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발생한 '택배대란' 사태가 한 달째 지속하면서 주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측이 안전사고 우려 등을 이유로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전면 금지하자 택배 기사들이 문전 배송을 거부하고 물품을 아파트 정문 주변에 쌓아두면서 일어난 이번 사태는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수원 대단지 아파트 '택배대란' 한달째…정문에 택배물품 '수북'
31일 오후 찾은 수원시 소재 2천500세대 규모 A 아파트 정문 앞 보행로에는 300여개의 택배 물품이 그대로 쌓인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민들은 집에서 정문까지 걸어 나와 뙤약볕 아래에서 자신이 주문한 물건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부 주민은 택배 물품의 부피가 커 양손으로 들어 옮기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이었다.

주민 임모(26) 씨는 "앞으로 날씨가 더 더워지면 택배를 들고 나르는 것이 힘에 부칠 것 같은데, 하루빨리 합의점을 찾아 상호 불편한 상황을 해소했으면 한다"면서도 "(택배대란 사태 이후) 지하 주차장 진입 가능한 저탑 차량을 운행하면서도 외부에 택배 물품을 놓고 가는 기사들이 있어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40대 주민은 "아파트 정문 배송 후 비가 오기라도 하면 택배가 다 젖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게 된다"며 "택배 기사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양보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택배 기사들도 상황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택배기사 50대 김모 씨는 "외부에 물품을 놓는 것으로 배송을 마치다 보니,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잘못 가져가는 경우, 혹은 분실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고가의 물건은 집 앞까지 배송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사는 "현재의 택배 차량을 저탑 차량으로 바꾸려면 큰 비용이 들고, 만약 바꾼다고 해도 물품을 많이 실을 수 없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며 "택배 기사에게는 생계 문제인 만큼, 주민들이 이해를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 아파트단지의 '택배대란'은 벌써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앞서 A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주의)는 입주민 보행 안전을 위해 긴급차량(소방, 구급, 경찰, 이사, 쓰레기 수거 등)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단지 내 지상 운행을 지난 1일부터 금지했다.

입주의는 입주민들의 보행 안전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면서 '택배 차량 운행 안내문'을 통해 택배 기사들에게 지하 주차장(입구 높이 2.5m)을 이용해달라고 했다.

수원 대단지 아파트 '택배대란' 한달째…정문에 택배물품 '수북'
택배 차량 유도 표시에 따라 움직이면 실측 상으로 높이 2.6m의 차량까지 운행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원택배대리점연합(한진, 롯데, CJ, 로젠) 측은 대부분의 택배 차량 높이가 2.6m 혹은 그 이상이어서 지하 주차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진입한다고 해도 사고 위험이 생긴다며 반발했다.

지난 17일 열린 입주의 회의에 수원택배대리점연합 관계자가 참석해 특정 시간대에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허용해달라고 재차 요구했으나, 입주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택배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택배 기사들이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기 싫어서 안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차고가 맞지 않아 못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시간만이라도 지상 운행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한 달간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입주의 관계자는 "지하 주차장의 입구 높이가 2.3m로 설계돼 있던 것을 별도의 공사까지 해 (택배 차량의 출입이 가능하도록) 2.6m로 높여 놨다.

아파트 측은 많은 배려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아파트 단지 내에 차도가 없는데, 차량 운행을 허용해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입주민 투표 등을 통해 결정할 문제 자체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