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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아르노 안틀리츠 CFO가 전기차 수익에 대한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배터리 재료 비용 상승으로 BEV의 이익률이 좀처럼 내연기관차와 동등해지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나마 긍정적인 예측은 2025년 이후라고 밝혔다.

사실 2021년 폭스바겐이 BEV 전략을 발표하면서 내다본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수익 동등 시점은 2~3년 후였다. 그때를 기준하면 최소 올해는 BEV 수익률이 내연기관을 따라잡아야 한다. 대량 생산에 들어가고 부품 조달 비용이 떨어지며 필요 부품 숫자가 줄어드는 데다 생산 시설 자동화 등으로 충분한 인력 절감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익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배터리다. 한국과 중국 등에서 조달하는 배터리 가격이 수요 급증에 따라 좀처럼 내려가지 않으니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았음을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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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폭스바겐이 꺼내든 카드는 배터리 사업의 직접 진출이다.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협력사 이익을 흡수해 수익률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안틀리츠 CFO는 "전기차 판매 이익율을 내연기관과 동등한 수준에 맞추는 것은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다”며 “폭스바겐이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자동차에 사용하는 2025년 이후는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폭스바겐이 전기차 이익 개선 방안을 찾는 사이 유럽연합 8개 나라는 강화되는 내연기관 배출규제로 알려진 ‘유로7’ 시행에 강력 반발했다는 점이다. 8개국은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불가리아,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이다. 대부분 내연기관 완성차 공장이 있는 국가들로 체코와 슬로바키아에는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폭스바겐을 중심으로 한 독일이 빠졌다는 점이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독일은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인프라를 바꾼 만큼 전기차 확산에 매우 긍정적이지만 유로7 내연기관 배출규제도 기술로 충족할 수 있고 2035년 이후 화석연료 내연기관 판매가 금지되면 재생합성연료를 쓰겠다는 방안이 확정돼 있어서다. 유럽연합의 내연기관 판매 금지를 찬성하되 이퓨얼로 불리는 재생합성연료 사용을 가능하게 만든 곳이 독일이었던 배경이다.

여기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독일 정부의 모빌리티 미래 전략이다. 기본 전략은 다양한 에너지, 다양한 탈 것인데 ‘다양한 에너지’는 전기와 합성연료의 공존을 의미하며 ‘다양한 탈 것’은 둘 가운데 적절한 동력을 선택해 기능별로 세분화시키는 전략이다. 물론 이때 다양한 탈 것은 모두 하나의 운영 체제를 기반으로 바퀴가 굴러가도록 설계한다. 그들에겐 이동 과정이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어서다. 제조물을 만들어 팔던 시대에서 제조물의 특성, 즉 이동 수단이라는 점을 활용해 직접 ‘이동’을 시켜주는 서비스로 진화해야 기업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셈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독일 정부는 유럽연합 내 일종의 로비스트 역할을 했던 모양새다. 독일 내 완성차기업의 규모와 숫자를 감안할 때 그러고도 남을 테지만 말이다.

국가의 지속적인 미래 차원에서 독일 정부의 판단은 전기와 화석연료 중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겠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한국 못지 않게 독일이 수소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수소를 하되 기체와 액체를 가리지 않고 여전히 수소를 직접 태우는 내연기관도 드러내지 않을 뿐 포기하지 않는다. 자동차 강국이지만 독일이 글로벌 모든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수 없다면 어떤 에너지와 이동 수단이 대세에 올라도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자는 차원이다.

그런데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주도'란 단순 '생산 대수'가 아니라 기술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쪽에선 배터리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이지만 반대 편에선 내연기관의 생존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일부에선 한국이 너무 빨리 내연기관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표방하는 사람도 많다. 한국의 전략적 판단이 미래에 옳은 결정으로 판가름 나면 후회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살펴볼 필요는 있어 보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