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6단체가 최근 들어 의전과 서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경련이 경제단체의 ‘맏형’으로 다시 자리 잡을 조짐을 보이자 다른 단체들이 그다음 서열을 재정립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직접적인 계기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4일 낸 ‘경제6단체 공동성명’이다. 야권에선 노란봉투법이라고 부르지만 파업을 조장하는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성명서 마지막에 적힌 공동성명에 참여한 단체의 순서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으로 열거된 것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단체에도 서열이 있는데, 열거 순서가 이상하다”며 “성명서를 만든 경총을 앞세우는 건 이해할 수 있어도 전경련을 대한상의 뒤에 둔 건 매우 자의적”이라고 했다.

그동안 경제단체의 공동성명 순서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고 한다. 경제4단체(전경련 대한상의 무협 중기중앙회) 등이 먼저 나오고 이후 경총(5단체)과 중견기업연합회(6단체) 등이 더해지는 식이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전경련이 문재인 정부에서 홀대받는 사이 암묵적인 서열이 깨져버렸다”고 말했다.

행사장 의전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좌석 배치나 사진 촬영 때 구자열 무협 회장이 손경식 경총 회장을 선배로서 예우하는 과정에서 그 순서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 회장 등은 신경 쓰지 않지만, 해당 단체는 서열이 굳어질까 봐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제계 관계자는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은데 경제단체끼리 서열이나 의전을 놓고 신경전을 벌일 때냐”며 “경제계가 자중하고 단결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