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의 파격…벤저민 로 "반도체 미래장비 韓서만 생산"
“미래 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핵심 무기인 플라즈마원자층증착장비(PEALD)는 오직 한국에서만 제조합니다.”

최근 ‘화성 제2제조연구혁신센터’ 착공식을 위해 방한한 벤저민 로 ASM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지난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을 PEALD 전초기지로 삼겠다”고 힘줘 말했다.

로 CEO는 “한국은 ASM의 가장 중요한 고객사가 있는 곳이기에 특별하다”며 “3나노미터(㎚, 1나노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반도체 첨단 공정이 늘어나면서 PEALD 수요도 함께 증가한 까닭에 한국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로 CEO는 유럽 반도체업계의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힌다. 올해에만 한국을 세 번 방문했고 20년간 매년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한국은 미국, 싱가포르와 함께 ‘글로벌 3대 핵심 허브’”라며 “한국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국 기업들이 메모리든 로직이든 우수 기술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고객사의 설비 투자 요청이 적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968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ASM은 원자층증착(ALD) 장비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이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ALD 장비는 웨이퍼에 원자 단위 깊이 산화막을 형성해 전기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ASM은 매출 규모 기준 세계 7대 장비회사로 꼽힌다. 지난해엔 매출 규모가 24억유로(약 3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3억유로(약 436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유명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모태이기도 하다.

ASM은 2019년 경기 화성 동탄에 연구개발(R&D) 및 제조센터를 구축했다. ASM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화성 제2제조연구혁신센터를 새로 지어 생산 능력을 확장한다. R&D 면적은 기존 대비 두 배, 생산 면적은 세 배 확장한다. 완공되면 3만1000㎡ 규모의 공간이 추가된다. 새 공간에선 PEALD 생산을 위한 담금질이 이어진다.

PEALD는 ALD의 한 종류다. 첨단 D램, 낸드, 로직 반도체 제조에 활용된다. ALD 장비보다 공정 속도가 개선돼 반도체 생산성을 높인다. 이 장비는 회로 미세화의 요구에 따라 주목받고 있다. PEALD를 포함한 ALD 장비 시장은 2020년 15억달러에서 2025년 최대 3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 CEO는 “ASM은 한국에서만 PEALD 장비를 생산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한다”며 “보통 본사가 있는 자국에 R&D 시설을 두고 생산만 해외에서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ASM은 한국을 특별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한국을 단순한 반도체 파트너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ASM은 엔지니어링, R&D 및 제조 분야에서 인력 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다. ASM은 화성시 인재 육성 재단에 1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로 CEO는 “한국 ASM 전체 임직원의 95%가 한국인”이라며 “투자를 통해 2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주/오유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