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회동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사진 왼쪽)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회동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사진 왼쪽)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를 비롯해 첨단 분야 기술 협력을 강화한다. 미국과 중국간 '반도체 전쟁'이 확산하는 와중 나온 움직임이다. 같은날 중국 상무부는 한·중 무역수장간 만남 후 한국과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일본, 반도체부터 AI까지 협력 합의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 분야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로드맵을 작성하기로 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전날(현지시간) 미 디트로이트에서 회담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니시무라 경산상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

로이터통신은 미일간 협력이 반도체를 비롯해 양자 컴퓨팅 분야 협력과 인공지능(AI) 논의 등도 포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신기술 공동 연구와 인재 교류 등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국은 반도체가 특정 지역에서 집중 생산되지 않도록 협력한다는 내용도 합의에 담았다. '지리적 집중 생산'이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을 약화시킨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일본 정부가 각각 중국과의 연관도를 줄이고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고 하는 와중 이번 발표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떼어놓으려는 탈동조화(디커플링)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에 대해서도 중국 관련 반도체 산업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는 일본과 네덜란드 등이 일부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해 중국으로 수출을 제한하는 미국의 수출 통제에 동참하기로 했다.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은 세계 3대 반도체 장비 수출국이다.

같은날 중국은 '한국은 우리와 협력' 발표

한편 이날 중국 상무부는 한국과 반도체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문을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APEC 무역장관 회의에서 만나 회담한 일을 두고 "양측이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 수호 등에 대해 논의했다"며 "양측은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같은 회담 뒤 보도자료를 통해 "안 본부장은 중국 측에 교역 원활화와 핵심 원자재·부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고 했다.

한국이 이차전지 소재인 리튬 등 대중 의존도가 높은 광물, 원자재, 부품 등 광범위한 공급망 원활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중국은 반도체 분야를 콕 집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부각한 셈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글로벌 관계에서 민감한 반도체 분야를 집어 일방적인 보도문을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중요 외교 행사 후 각국이 보도자료를 낼 때는 '합의', '의견 일치' 등 문구를 사전에 양국이 조율해 정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