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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출신' 꼼꼼한 뱅커…자산 700조 금융그룹 수장으로

삼일회계법인서 ... 2002년 국민은행으로
2014년 KB 구원투수 등판 ... 국내 최고 리딩뱅크 도약
“OOO 상무님 생각은 어떠신가요?”윤 회장은 “OOO 상무님이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던데 생각을 듣고 싶다”고 했다. 회의에 참석한 KB금융의 한 CEO는 “해당 임원이 근무하는 회사 CEO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임원을 윤 회장이 이름과 보고서까지 기억해 깜짝 놀랐다”며 “윤 회장이 KB금융 계열사 CEO보다 그 회사를 더 잘 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전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최고위 경영진이 참석한 회의에서 대뜸 한 계열사의 상무급 임원을 호명하자 회의실이 술렁였다. 참석자들은 “OOO 상무가 누구냐”며 수군거렸다. CEO 급이 아니어서 화상(畵像)으로만 배석한 참석자였기 때문이다.
인자하지만 ‘깐깐한’ 실무형 회장
총자산 700조원의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 최대 금융그룹 KB금융을 이끄는 윤종규 회장에게는 회장님 특유의 무게감이나 권위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처음 회장실에 보고하러 들어간 임원들은 깜짝 놀라곤 한다. 윤 회장이 먼저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고, 집무실을 나올 때도 사무실 밖에까지 나와 등을 두드려주며 격려해서다. 2014년 11월 KB금융 회장에 오른 뒤 2017년 연임에 성공했고, 2020년에 3연임을 시작했지만 한결같은 모습이라는 게 임원들의 평가다.윤 회장은 임직원 경조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편이다. 현직은 물론 퇴직 임원 자녀 결혼식에도 들러 축하해준다. ‘높으신 분’들은 얼굴도장만 찍고 가기 일쑤지만 윤 회장은 신랑·신부가 입장할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주말엔 2~3곳 결혼식장에 들르기도 한다. KB금융의 한 부사장은 “몇 달 전 주말엔 퇴직 임원 자녀는 강남에서, 현직 임원 자녀는 강북에서 2시간 차이로 결혼식이 있어 대부분 임원이 두 곳 중 한 곳만 참석했는데 윤 회장은 강남을 거쳐 강북 결혼식장까지 모두 참석해 다들 놀랐다”고 했다.

주경야독으로 공인회계사 합격
윤 회장은 1974년 광주상고를 졸업하고 고졸 행원으로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다니며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땄다. 1981년 행정고시(25회) 1, 2차 시험에도 합격했지만 학생 시위 경력 탓에 공직자의 꿈을 접어야 했다.
윤 회장은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일하다가 어윤대 KB금융 회장 때인 2010년 KB금융 최고재무관리자(CFO) 겸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부사장으로 복귀했지만 2013년 어 회장의 임기 만료와 함께 다시 KB금융을 떠났다.
금융지주 자산·시가총액 1위 이끌어
윤 회장은 2014년 11월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으로 KB금융과 세 번째 인연을 맺는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놓고 당시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내홍을 빚은 ‘KB사태’로 극심한 혼란을 겪은 직후다. 그해 KB금융(308조원)이 자산 규모 면에서 신한금융(338조원)에 뒤지는 등 금융권에서는 “KB가 리딩 뱅크(1등 금융지주)의 영광을 잃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KB금융은 순이익 외에 총자산과 시가총액 등 모든 분야에서 국내 금융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701조원에 달한다. 윤 회장이 취임한 2014년(308조원)에 비해 127.6% 증가했다. 주식시장에서 평가하는 그룹 가치인 시가총액도 19조원을 웃돌며 리딩 뱅크 자리를 굳혔다.
윤 회장은 글로벌 사업에서도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시아 금융회사 M&A와 투자 안정성 및 고객 선호도가 높은 선진국 시장 공략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캄보디아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사들이며 동남아시아 사업 기반을 확대했고, 뉴욕 런던 홍콩 싱가포르 등 선진국에선 투자은행(IB)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넘버원 금융 플랫폼 기업이 목표
윤 회장은 KB금융을 은행과 보험 증권 등 전통적인 금융업을 넘어 ‘넘버원(№1)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과 산업·업종 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가 가속화하면서 업종·업권을 불문한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윤 회장은 주주친화 경영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KB금융은 2019년 국내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노력해왔다. 2020년엔 국내 금융사 최초로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가장 먼저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는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포스트 윤종규 ‘3인 부회장’
2014년부터 KB금융을 이끌며 역대 KB금융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한 윤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로 끝난다. 윤 회장의 4연임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KB금융 경영승계 규정 제8조는 ‘회장 선임 및 재선임 시 연령은 만 70세 미만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55년생인 윤 회장은 올해 68세로 연임 조건을 충족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957년생인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3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난 데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이른바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윤 회장의 4연임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국민은행장을 지낸 허 부회장이 직원들의 신망을 받는 ‘덕장’이라면 지주사 경영, 전략 업무에 잔뼈가 굵은 양 부회장은 ‘지장’으로 꼽힌다. 국민·주택은행 합병 작업과 인도네시아 BII 은행 인수 등을 주도했던 이 부회장은 카리스마형 ‘용장’이란 평가가 나온다. 윤 회장은 지난 1월 3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으로 시상하는 다산금융상 대상 수상 소감에서 “후배들을 더 열심히 키우라는 가르침으로 알고 노력하겠다”며 후계자 양성 의지를 밝혔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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