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가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 규제가 과잉 규제라며 유럽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U 의회 의원들은 올트먼에 반발하러 나섰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전날 올트먼 CEO는 영국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한 행사에서 "EU가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 규제안을 준수하기 어려울 경우 유럽에서 사업을 철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U는 세계 최초로 AI에 대한 규제안을 추진하고 있다. EU 의회는 이달 초 마련된 법안 초안에 원칙적으로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앞으로 유럽 의회와 유럽연합 이사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대표들이 최종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할 예정이다.

올트먼 CEO는 EU 규제안 초안에 담긴 '고위험 시스템'의 정의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EU의 AI 규제 초안이 적용될 경우 챗 GPT 등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고위험 시스템으로 분류된다.

오픈AI와 EU가 가장 크게 부딪히는 지점 중 하나는 저작권 문제다. 규제안 초안에는 AI 시스템 구동을 위한 원천 데이터의 저작권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초 EU 의회에선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생성형 AI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려 했다. 다만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저작권 공개로 물러선 상태다.

올트먼 CEO는 "우리가 준수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고, 준수할 수 없다면 운영을 중단할 것"이라면서 “EU가 마련한 법안 초안이 철회될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EU 의원들은 올트먼 CEO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루마니아 EU 의원인 드라고스 투도라체는 "철회를 논의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티에리 부르통 EU 산업계 대표도 "이 규제안은 협상을 위해 마련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몇몇 의원들은 올트먼 CEO의 발언이 '협박'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초안 작성에 참여한 네덜란드 출신 EU 의원인 킴 폰 스파렌탁은 "미국 기업의 협박에 EU가 휘둘려선 안 된다"며 "오픈AI가 기본적인 규제안도 지키지 못한다면 시스템이 유럽 시장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3월에는 이탈리아의 데이터 규제기관인 가란테가 챗 GPT를 폐쇄하며 양측이 처음으로 정면충돌했다. 오픈AI가 유럽 내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오픈AI는 챗GPT에 사용자를 위한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시행하며 다시 서비스를 개시했다.

일각에서는 오픈AI가 유럽에서 철수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이 경제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라서다. 로펌 핀센트 메이슨의 닐 라우어 파트너는 "오픈AI가 유럽에 등을 돌릴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라며 "5억명에 가까운 인구와 15조 유로짜리 단일 시장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