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개도 떴다"…건설현장은 '노가다판' 아닌 기술 전쟁터
건설사가 인공지능(AI)과 3차원(3D) 모델링,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을 현장에 앞다퉈 반영하고 있다. 건설 현장이 과거 육체노동 위주의 ‘근로 현장’ 이미지에서 벗어나 첨단기술이 적용된 ‘기술 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최근 건설업계 처음으로 대화형 AI 챗GPT 기술을 적용해 고객 응대 관리 시스템 ‘디보이스’를 구축했다. 고객 상담 내용을 텍스트로 자동 전환하고 AI가 내용을 요약·분석해 키워드별로 분류해 저장한다. 축적된 데이터는 다음 상담 때 활용한다.

건설 프로젝트 기획과 설계, 시공 단계에는 이미 첨단기술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DL이앤씨는 최근 남해-여수 해저터널 수주 때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사업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빌딩정보모델링(BIM) 기술을 활용했다. BIM 기술을 접목해 입찰 참여 업체 중 가장 짧은 공사 구간을 제시했다.

AI는 건설 현장 안전 관리 분야에서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인공지능을 장착한 4족 보행 안전 로봇 ‘스팟’(사진)을 현장에 투입해 안전관리 무인화를 추진 중이다. 인간이 접근하기에 위험한 좁은 공간 등 건설 현장 사각지대에 로봇을 투입해 현장 사진 등을 기록하고 영상과 환경 센서를 활용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GS건설은 2020년 현장 안전관리를 위해 스팟 로봇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3월 인공지능을 활용해 건물과 도로 등에서 발생하는 균열을 찾아내는 흙막이 안전 강화 기술에 대한 특허출원을 했다. 건설 현장의 지하 굴착 때 땅이 무너지거나 지하수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 흙막이 가시설 근처의 안전 정보를 분석해 관리자에게 위험 경보를 하는 기술이다. 롯데건설은 앞으로 전문 정보기술(IT) 업체와 협업해 전 현장에 신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태영건설은 지게차와 중장비용 후방 안전장치 오토센서에 AI 기술을 더해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고, 사람만 감지하도록 영상 인식 시스템을 설계했다. 카메라에 사람이 감지되면 시청각 위험 경보를 내보내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는 방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 하면 ‘노가다’ ‘육체노동’을 떠올리는 것은 이미 옛말”이라며 “이제는 설계, 시공, 사후관리 등 모든 단계에 첨단기술이 적용돼 업계의 만성 인력 부족과 사고 리스크 관리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