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철수할 때 섬유사업 키웠다…4조 '衣좋은 매출' 일군 세아상역
“1995년 대미 수출품에 붙는 관세가 합성섬유 제품은 34%, 면 제품은 17%였습니다. 의류 마진이 5% 안팎이던 만큼 임금이 높더라도 관세를 면제받는 미국령 사이판에 공장을 짓는 게 수지가 맞는다고 봤습니다.”

수십 년 전 통계도, 최근 계열사 실적도 거침없이 나왔다. 지난 23일 서울 대치동 S2A갤러리에서 만난 김웅기 글로벌세아 회장(사진)은 빈틈을 찾기 어려웠다. 1986년 자본금 500만원으로 의류 제조회사를 설립해 30여 년 만에 매출 4조원에 육박하는 ‘패션 제국’을 건설한 배경에는 “경영자는 원가와 매출 같은 숫자에서 멀어지는 순간 끝”이라는 철저함이 있었다.

글로벌세아그룹의 모태인 세아상역은 세계 최대 규모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이다. 하루 평균 생산량은 250만 벌, 니트와 재킷을 연간 7억 장 넘게 수출한다. 세계 최대 유통사인 월마트와 유명 의류 브랜드 갭 등이 주요 고객이다. 지난해 그룹 매출은 3조9062억원, 영업이익은 1813억원에 달한다.

글로벌세아가 수많은 하청업체 중 하나로 남지 않은 비결은 무엇일까. 김 회장은 “남들이 철수하는 시점에 사업에 뛰어들거나 확장한 ‘독특한 타이밍’ 덕”이라고 했다. 섬유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시점에 세아상역(당시 세아교역)을 세웠고, 선발기업이 발을 빼던 사이판(1995년)과 과테말라(1998년)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본 ‘엇박자 투자’가 신의 한 수가 된 것이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