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4일 여의도를 금융중심지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영국 런던, 싱가포르와 같은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탈바꿈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의도엔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28개 대형 증권사, 투자금융회사 등이 모여 있다. 금융위원회도 2009년 여의도를 부산 문현지구와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했다.

하지만 문현지구와 달리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이라는 이유로 여의도 입주 금융사는 법인세·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창업하거나 사업장을 신설하는 금융사에 3년간 법인세·소득세를 전액 면제하고, 이후 추가로 2년간 50% 감면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지역균형발전 논리에 막혀 답보 상태다. 초고층 건축물만 허용한다고 여의도에 입주하는 금융사가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5대 금융그룹은 이미 통합 사옥을 보유하고 있거나 이전 지역이 결정된 탓에 여의도에 새 둥지를 틀기가 쉽지 않다고 금융권에선 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청라국제도시에 ‘하나드림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2020년 여의도에 신사옥을 짓고 입주를 끝냈다. 신한금융(남대문) 우리금융(회현동) 농협금융(서대문)도 신사옥 추진 계획이 없다.

산업은행이 여의도를 떠나 부산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여의도 금융중심지론’의 힘을 빼는 요인으로 꼽힌다. 산은 이전 등을 통해 문현지구를 금융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인 부산시와의 갈등 여부도 변수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산은의 부산 이전은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으로 지정 고시했다. 산은은 ‘정책금융 역량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컨설팅’ 용역 결과 등을 반영해 구체적인 이전 규모 등을 담은 계획안을 마련, 금융위에 제출할 방침이다. 금융위가 이 계획을 국토부에 제출하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의결, 국토부 승인 등을 거쳐 산은 이전에 관한 행정절차는 마무리된다. 하지만 행정절차와 별개로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한 산업은행법의 국회 개정은 남아 있다.

산은의 부산 이전이 본격화하면서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물론 한국투자공사와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금융 공공기관도 긴장하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