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등급 올해 7조원 가까이 순발행…'폭락사태' 삼천리도 회사채 흥행
'초우량물 매력없어' AAA등급 미만 회사채 인기↑…순발행 전환
최근 시장금리 하락으로 AAA 신용등급의 초우량 회사채 금리 매력이 사그라지자 하위 등급 회사채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 차환 대신 상환을 택했던 AAA 등급 미만 기업들이 올해는 회사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순발행 기조로 돌아섰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와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3일까지 AAA 등급 일반 회사채의 순발행 규모는 9천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순발행 금액은 1천800억원 정도로 지난해 월평균(3천억원)의 절반을 조금 넘어선 수준이다.

반면 신용도가 그보다 낮은 AA 등급 일반 회사채의 순발행 규모는 올해 들어 약 5조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A등급 일반 회사채의 순발행 규모도 8천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AA 등급(-4조4천억원)과 A 등급(-6조원)의 순발행 금액이 모두 마이너스(-)였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순발행 규모는 해당 기간 전체 발행 규모에서 만기가 도래한 채권 규모를 뺀 값이므로, 순발행이 마이너스면 그 기간 발행된 채권보다 상환된 물량이 더 많았음을 뜻한다.

올해 들어 초우량물과 그보다 신용도가 낮은 우량물 간 '수요 희비'가 엇갈린 까닭은 시장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 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다.

회사채 발행금리는 통상 국고채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값으로 결정된다.

전날 기준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는 각각 연 3.373%, 연 3.385%로 기준금리 연 3.50%를 하회했다.

AAA 등급 회사채의 금리 매력이 낮아지다 보니 신용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하위 등급 회사채로 투자 수요가 쏠렸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 하락이 초우량물에 대한 상대적 투자수요를 감소시킨 것이 사실"이라며 "그 외에 연초 스프레드(가산금리)가 급격히 축소되고 금리 변동성이 둔화한 점 등이 얽히고설켜 지금의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통상 금리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투자자들은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할 때 채권을 사서 금리가 하락(채권 가격은 상승)할 때 팔아 자본차익을 얻는다.

변동성이 잦아들면 그만큼 자본차익 유인도 줄어드는 셈이다.

신용등급이 AA+인 삼천리 역시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에 흥행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천리는 2년·3년물 회사채를 총 1천500억원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4배 이상(총 6천850억원) 규모로 주문을 받았다.

천연가스 공급 사업을 영위하는 삼천리는 최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급락 사태에 휘말리며 회사채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양호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다만 AAA 미만 등급 회사채에 대한 불안 요인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하반기 자본시장의 뇌관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가 부각될 때마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의 금리가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란 우려다.

아울러 신용등급 무더기 하향 조정 가능성도 걸림돌이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전 저금리로 조달했던 기존 채무가 상환되고 지난 2년 금리 인상기에 높아진 조달 금리와 이자 부담이 기업에 본격적으로 부담이 되는 시기가 왔다"며 "늘어난 기업 이자비용은 수익성을 훼손하고 특히 A 등급 이하 기업들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