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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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의원(사진)의 코인 거래 의혹 이후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으로 불리는 가상화폐 투명화 법안의 입법이 급물살을 타면서 공직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법안의 핵심은 국회의원과 4급 이상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에 가상화폐(가상자산)를 포함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지난 22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이어 전체회의를 열고 국회의원이 보유한 코인 등 가상자산을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같은 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회법은 국회의원을, 공직자윤리법은 국회의원을 비롯한 4급 이상 공직자를 각각 대상으로 한다. 정개특위가 통과시킨 법안의 핵심은 현행법이 규정한 국회의원의 사적 이해관계 등록 대상에 가상자산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정개특위 소위원장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금이나 주식은 직계존비속을 합산해 1000만원 이상만 등록하게 돼 있는데 가상자산은 등락 폭이 커 단돈 1원이라도 전부 신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행안위가 통과시킨 법안은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신고 및 공개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대통령·국회의원 등 국가 정무직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지자체 정무직공무원, 4급 이상의 국가·지방 공무원 등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재산 등록 항목은 △부동산 △1000만원 이상 현금·예금·주식 △자동차 △금·보석류 △회원권·골동품 등이다. 가상자산은 인사혁신처가 2021년부터 가급적 등록할 것을 권고하고 있을 뿐 의무 등록 대상은 아니었다.

두 법안 모두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리에 급물살을 탔다. 여야 모두 이견이 없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처리 가능성이 높다. 오는 25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다음 달 말부터 우선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국회법 개정안은 내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된 22대 국회의원부터 적용되지만, 개정안에 부칙 내 특례규정을 만들어 현 21대 국회의원이 임기 시작일로부터 올해 5월31일까지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매매해 변동사항이 있을 경우 6월30일까지 신고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4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공포 후 6개월 경과 규정에 따라 내년 2월부터 올해 보유·거래한 가상자산 내역을 신고해야 한다. 1급 이상 공직자는 의무 공개 대상이다.

앞서 미국은 2018년부터 국회의원들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들의 가상자산 포함 자산을 공개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가 가상자산을 매수하면 매수한 날 기준 45일 이내에 해당 매수 내용을 반드시 공시해야 하고, 1000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재산 등록 기간 가상자산을 통해 200달러 이상의 소득을 얻으면 신고해야 한다. 유럽연합(EU)도 2020년부터 자금세탁방지법(AML)에 따라 회원국 내 주요 공직자들의 재산 공개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하고 있다.

국내서도 2018년부터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이 발의됐지만, 가상자산 관련 정책 및 법체계 미비 등을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제도 미비 등을 이유로 국회 소위 단계를 번번이 넘지 못했던 법안이 이번 김 의원 사태를 맞아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고위 공직자에 대한 ‘가상화폐 로비설’ 등의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 재산공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공직자들의 가상화폐 투자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한 정부 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가상화폐 거래내역까지 세세히 공개해야 하는데 누가 섣불리 가상화폐에 투자할 수 있겠냐”고 했다.

가상자산을 재산공개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에도 허점은 있다. 국회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 등 사적 이해관계자 모두 고지 거부를 할 수 없는데 비해 국회의원을 제외한 고위공직자는 혼인한 직계 존비속 여성 등이 제외되고 피부양자가 아닌 직계 존비속 등은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 실제로 올 재산공개 대상자 2037명 중 독립생계 등을 이유로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한 비율은 39.9%에 달했다.

해외 거래소나 USB 같은 실물 지갑을 쓸 경우 가상자산을 쉽게 은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화폐를 현금으로 구입하지 않고 이른바 ‘에어드롭’이나 P2P(개인 간 거래) 등으로 얻을 경우에도 추적이 어렵다. 주식·부동산 등과는 달리 숨기려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숨길 수 있다는 뜻이다. 해당 법안이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이어지려면 가상화폐의 이런 특성을 고려한 논의가 시행령 등을 정할 때 다뤄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