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 부분 단체협약 실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무원과 교원,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 10곳 중 4곳 가량이 단체협약에 불법·무효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부터 공공부문 479개 기관(공무원 165개·교원 42개·공공기관 272개)의 단체협약을 확인한 결과 179개 기관(37.4%)의 단체협약에서 관계 법령을 위반한 내용이나 무효인 조항이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또 28.2%에 이르는 135개 기관의 단체협약에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불공정 특혜나 경영권 침해 등 불합리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48개 공무원·교원 노동조합 규약 중 6개 규약에선 노동조합법 위반 소지가 있음이 확인됐다.

단체협약은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하는 자치적인 노동 법규다.

고용부에 따르면 한 공공기관 단체협약은 노조 가입 대상인 직원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노조를 탈퇴할 경우 해고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원이 노조를 탈퇴해 새로운 노조를 조직하는 경우 해고 등 신분상 불이익한 행위를 할 수 없어 노동관계법령 위반에 해당된다.

또 이 공공기관은 직원이나 단시간근로자(월 170시간 근무기준) 최저임금을 총액 기준으로 월 80만원으로 규정해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게 지급하게 돼 있거나, 해고예고는 30일 전에 통보해야 함에도 20일 전에 해당자와 노조에 해고를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도 있었다.

한 공무원 단체협약에는 법령 위임을 받아 규정한 지침·명령보다 단체협약의 효력을 우선 인정하게 돼 있다. '법'보다 '단체협약'이 더 우위에 있는 셈이다.

단체협약 내용에 맞춰 조례·규칙을 제정·개정하도록 한 공무원 단체협약도 있다.

여기에 구조 조정·조직 개편 등을 이유로 정원 축소를 금지하거나 노조 추천 위원 30% 이상을 승진심사위원회에 참가하도록 한 단체협약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는 이번에 48개 공무원·교원 노동조합 규약 중 6개 규약에서 노동조합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조합 탈퇴를 선동·주도하는 조합원은 위원장이 직권으로 권한을 정지하거나, 노조 임원은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해 선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위원장이 사무총장을 지명하도록 한 규약이 여기에 해당한다.

불합리한 내용의 단체협약으로는 한 공공기관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퇴직 또는 해고 대상이지만 노조 간부가 조합 활동으로 처벌을 받은 경우에는 퇴직이나 해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도 있었다.

한 교원 기관 단체협약은 학부모 대상으로 노조가 선전물을 배포하는 등 홍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고, 한 국립대 노조 단체협약엔 국가 예산에서 연간 운영비 600만원, 포럼비 1,400만원, 워크숍·체육문화활동비 2천만원을 지원받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고용부는 불법인 단체협약과 노조 규약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정명령을 하고, 시정명령에 불응할 경우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형사처벌한다는 방침이다.

또 불합리한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권고하고, 기재부·교육부·행안부 등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관계부처와 함께 이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노동 개혁이 성공하려면 공공 부문이 모범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공공 부문에는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책임성·도덕성·민주성이 요구된다"며 "공공 부문 노사관계는 국민의 직접적 통제가 어려워 노사간 담합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과 미래세대인 청년들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앞으로도 정부는 노·사를 불문하고 각종 불법과 특권에 대해서는 한치의 타협도 없이 엄정하게 대응하고, 현장에서 공정과 상식의 노사관계가 정착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