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사업 플랫폼 넓히자"…M&A 적극 나선 엔터 기업들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주목할 만한 인수합병(M&A)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투자가 대표적이다. 앞서 하이브는 미국 힙합 레이블 QC뮤직(QC미디어홀딩스)과 엔터테인먼트 기업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해 주목받았다. 이들은 다른 엔터 기업 및 음반사를 인수한 뒤 본사 산하에 다양한 제작사를 두는 멀티 레이블 체제를 확대하고 있다. 콘텐츠 비즈니스의 핵심인 지식재산권(IP)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시장의 저변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엔터 기업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을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과 손잡고 있다.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국내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사 람다256에 투자했다.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를 할 수 있는 ‘웹3.0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게임 산업, 커뮤니티 플랫폼 사업 등에 진출하며 사업 및 수익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음원 저작권 조각투자와 같이 새롭게 형성된 시장에도 합병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영상 콘텐츠 기업들 역시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미국 디즈니는 21세기폭스, 아마존은 MGM을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종합 콘텐츠 제작사를 인수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티빙도 케이티시즌을 흡수 합병하고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에스엘엘중앙 등은 성공적인 콘텐츠 창작 경험을 보유한 제작사에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는 국경을 뛰어넘는 M&A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영상 시청 플랫폼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콘텐츠의 해외 진출이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더 글로리’ ‘피지컬 100’ 등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글로벌 시장에 콘텐츠를 자유롭게 공급할 환경이 조성된 만큼 시청자 니즈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제작사들의 몸값이 높아질 전망이다.

웹툰과 웹소설 산업에서는 이미 글로벌 M&A가 활발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웹툰·웹소설 플랫폼 우시아월드, 타파스, 래디쉬를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네이버웹툰도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다. 콘텐츠 기업들이 스토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 IP와 작가를 보유한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이다. 웹툰·웹소설 기반의 콘텐츠 IP는 드라마와 영화, 게임으로 확장할 수 있어 M&A 시장에서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지난해 히트를 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도 웹소설 기반의 콘텐츠였다.

최근 사회 전반의 인공지능(AI) 열풍과 더불어 웹툰·웹소설 산업 내 AI 기술 관련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18년 8월 AI 큐레이션 전문 국내 스타트업 마이셀럽스 지분 인수를 통해 취향 기반의 콘텐츠 추천 서비스를 도입했다. 네이버웹툰은 2019년 12월 AI 기술 기업 비닷두 인수와 함께 조직 내 AI 전담 조직을 구축하며 AI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향후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포함한 콘텐츠 생태계 전반의 혁신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사들은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신기술 확보에 M&A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엔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개발이나 메타버스 및 VR(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VR 게임기기, 콘텐츠 개발 등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M&A 시도가 눈에 띈다. 국내 기업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과의 제휴로 확보한 IP를 활용해 NFT, 디지털 휴먼 등 콘텐츠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콘텐츠의 지속적인 확보를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높이고 플랫폼 규모를 확대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것이다.

게임 기업들은 클라우드와 메타버스 등의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 기회도 모색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엑스박스), 소니(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닌텐도 스위치) 등의 게임기 개발 기업은 자사의 게임기를 활용한 플랫폼 경쟁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게임 콘텐츠 기업 인수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소니의 번지(Bungie) 인수 등이 최근 게임 개발사를 둘러싼 대형 M&A들이다. 이들은 다양한 게임을 제공해 이용자를 유입하고 지속적으로 플랫폼 구독을 유도하기 위해 M&A를 택했다. 다만 이런 공격적인 M&A 전략은 각국 정부의 독과점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해야 하는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인수 사례처럼 각 기업이 대형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내놓을 움직임에도 주목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기업의 핵심 역량은 무형자산인 콘텐츠와 IP에 좌우된다. 이 때문에 M&A 전략을 수립할 때 무형자산의 특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딜(Deal)소싱과 기업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진행하는 딜의 성료에 이르기까지 콘텐츠 고유의 특징이 투영된 접근법이 필요하다. 아울러 서로 다른 콘텐츠의 가치와 가치를 연결해 여러 점을 선으로 만들고, 그 선을 이어 큰 그림으로 그려내는 ‘링킹닷츠(Linking dots)’ 기획력도 중요하다.

"콘텐츠·사업 플랫폼 넓히자"…M&A 적극 나선 엔터 기업들
사람의 생각과 꿈을 집대성해 또 다른 사람들의 꿈을 키워내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기존 방식과 달라야 한다. 기업의 가치는 기업이 창출하는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의 합이라는 고전 이론은 통하지 않는다.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기업에 부합하는 가치평가 요소를 기획해내고, 그 기업이 꾸고 있는 꿈을 함께 꾸려는 자가 많은지 등의 부가 요소까지 함께 고려해야 꿈이 현실이 되는 콘텐츠 M&A를 만들어낼 수 있다.

김이동 삼정KPMG M&A센터장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