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셰프./사진=미쉐린 제공
이준 셰프./사진=미쉐린 제공
"같은 가격이라면 파스타와 칼국수 중 무엇을 먹을까요? 한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11일 서울 성수동 오프컬리에서 만난 미슐랭 2스타 파인다이닝 '스와니예' 오너 셰프 이준 셰프(40·사진)는 한식이 세계 시장에서 주류 음식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스와니예는 2017년부터 5년째 미쉐린(미슐랭) 수상을 이어오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음식에 한식 요소를 결합한 독창적인 레스토랑으로 이름을 알렸다.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창의적 요리를 '에피소드'라고 부르며 시즌별로 바뀌는 게 특징이다.

'한식은 서민 음식, 양식은 고급 요리' 되는 현실

이 셰프는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했다. 그가 미국 유학 경험을 살려 2013년 오픈한 스와니예를 비롯해 레스토랑 캐주얼 파스타 다이닝 '도우룸'과 유러피안 퀴진 '디어와일드' 역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에 오르며 스타 셰프로 자리매김했다.

일식과 달리 한식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이 질문을 기다렸다"면서 "한국에도 외국인을 데려갈 만한 이렇다 할 한식 음식점이 애매하다"고 짚었다. 이어 "카페나 이탈리안 음식점은 늘어나고 고급화하는 반면 한식 음식점은 점차 서민화되고 있다"며 "대중들도 점차 커피·파스타에 대한 변별력은 높아지는데 한식에 대한 기준점은 제자리 걸음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카페 수는 2배가 됐는데 한식점 수는 1위에서 내려왔다. 국세청이 공개한 '최근 5년간 100대 생활밀접 업종 사업자 데이터'를 보면 2020년까지 한식 음식점이 가장 많았으나 2021년부터는 쿠팡, 네이버쇼핑 등 온라인 플랫폼 판매업체들인 '통신판매업'에 1위 자리를 뺏겼다. 특히 커피음료점은 2018년 5만1600여 개에서 지난해 9만3000여개로 2배가량 급증했다.

이 셰프는 "맛이 비슷해지면 대중의 관심을 받기 힘들다"며 "밥만이라도 진지하게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스시가 훌륭하다고 평가받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도 안 하려는 파트가 한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준 셰프가 요리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쉐린 제공
이준 셰프가 요리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쉐린 제공

셰프 꿈꾸는 이라면"멀리 보고 묵직하게 가라"

각종 요리 방송을 통해 '스타 셰프'들이 탄생하면서 셰프 지망생도 늘어났다. 그는 "성공에 대한 조급함을 가지기보단 천천히 호흡하고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날 컬리와 함께 요리사를 꿈꾸는 청소년들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 '미쉐린 스타 하트 위크'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셰프는 "연예인보다 준비과정은 짧은데 식당 창업은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셰프를) 쉽게 생각하는 이들이 꽤 있다"면서 "현실은 일부만 스타 셰프가 되고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다. 좀 더 길게 보면서 묵직하게 이 직업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예비 요리사들이 한식에 많은 도전을 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한식보다 양식이 돈 벌기 더 쉽다 보니 한식을 하는 요리사들이 점차 줄고 있다"며 "'한식을 했더니 돈을 벌더라'는 사례들이 늘어나야 한다. 우리나라 셰프들 수준이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간 만큼 이에 대한 국가적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당부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