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만에 돌아온 일본車 뭐길래…"신형 그랜저 취소할까요?"
역사와 상징성 때문에 흔히 '일본의 그랜저'라고 표현되는 크라운인데, 사실상 크라운의 역사가 일본 자동차 산업의 역사라고 봐도 될 정도로 오래된 모델입니다. 크라운은 1955년 일본에서 개발된 최초의 양산형 승용차이자, 도요타 승용차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차종입니다. 1957년에는 도요타 최초로 미국 시장에 수출한 모델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도요타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 초석을 다진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크라운은 1970년대 전성기를 맞습니다. 특히 파워트레인 성능을 대폭 개선하고 차체를 키워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5세대 모델부터 '럭셔리 세단'의 상징으로 자리잡습니다. 일본 기업 회장, 야쿠자(일본 조직폭력배), 연예인 등으로부터 선택받으면서 일본 국민들은 크라운을 부의 상징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재벌, 고위 관료, 연예인 등이 이 차를 소유하기 시작하면서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차종이 개발되고 도요타 내에서도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가 출범하면서 크라운 역시 위기를 맞게 됩니다. 1990년대부터 판매량이 떨어지면서 사실상 내수용으로만 판매됐습니다. 2021년에는 일본 내수시장에서 2만1000여대 판매에 그쳐 사상 최악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때문에 도요타 내부에서도 크라운을 계속 개발할지 고민했다고도 합니다. 그러다 '이름만 빼고 다 바꿔보자'라는 절치부심으로 다시 만든 게 지난해 출시한 16세대 크라운입니다. 각진 형태의 기존 크라운 디자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유선형으로 현대적 디자인을 강조한 모습을 채택했습니다.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기존 크라운 디자인을 좋아했던 소비자들이 아쉬워했다는 후문입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크라운이라는 이름 아래 크로스오버, 세단, 스포츠, 왜건 등 4개의 차종으로 세분화했다는 겁니다. 크라운이란 모델이 단 하나의 차가 아니라 '대중 브랜드'로 포지셔닝해 소비자들의 여러 취향을 공략해보겠다는 판단에서입니다. 16세대 크라운 개발을 주도한 나카지마 히로키(中嶋裕樹) 부사장은 "설계의 유연성 때문에 4개 차종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가운데 국내에 먼저 들어오는 건 크로스오버 차량입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980mm, 전폭 1840mm, 전고 1540mm, 휠베이스 2850mm 입니다. 렉서스 ES 시리즈와 최근 출시된 현대차 신형 그랜저보다 소폭 작습니다. 외관은 새롭고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엠블럼과 차체 폭을 강조하면서 날카롭게 뻗은 해머헤드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전면부를 가로지르는 주간주행등(DRL)과 후면 수평 LED 리어램프 등도 예전 크라운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요소입니다.
파워트레인은 2.5L 하이브리드(HEV)와 2.4L 듀얼 부스트 HEV 등 두 가지가 들어옵니다. 2.5L 하이브리드는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전자식 무단변속기(e-CVT)로 시스템 총출력 239마력을 냅니다.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는 2.4L 가솔린 터보 엔진에 다이렉트 시프트 자동 6단 변속기, E-포(Four) 어드밴스드 시스템을 결합해 보다 강력한 성능을 냅니다. 같은 차급인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대기자들이 크라운 하이브리드 모델로 넘어갈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국산차의 사후 관리성을 뛰어넘을 만한 요소가 잘 보이진 않습니다. 일단 가격이 '착하지' 않습니다. 아직 국내 판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 내 가격은 2.4L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가 605만엔(5923만원)입니다. 옵션이 다소 다르지만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보다 시작 가격이 높습니다. 제네시스 G80 시작가도 5507만원입니다. 그랜저가 아니라 해도 국산차에서도 선택지가 많아서 크라운을 선택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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