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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위한 마지막 봉사"…盧와 尹이 기용한 총리

尹정부 출범 1년 동안 국정운영의 변화 이끌어
규제개혁 조치만 1027건 … '혁신의 선봉장' 평가
장면·백두진·김종필·고건·한덕수. 다섯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국무총리를 두 번씩 지냈다는 점이다. 장면은 이승만 정부와 장면 내각에서, 백두진은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에서 총리를 맡았다. 김종필은 박정희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서, 고건은 김영삼·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로 기용됐다. 한덕수 총리는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에 이어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제48대)에 올랐다.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서로 다른 정부에서 총리로 발탁될 정도로 ‘풍부한 경륜과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당선인 시절 한덕수 총리를 새 정부 첫 총리로 지명하면서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한 분”이라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각을 총괄하며 국정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혁신 선도
한 총리는 지난 1년여간 분초를 다투는 ‘광폭 행보’로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있다. 취임 1년을 맞은 올해 5월 페이스북에선 “국민들께 희망을 보여드리고자 쉼 없이 달려왔다”며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 풀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는 각오로 총리 임명장을 받았다”며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매고 더 힘차게 움직이겠다”고 말했다.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출범 1년을 맞는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엔 “변화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고 답했다. 민간 주도 경제, 규제 혁신을 통한 투자 주도 성장, 대북 억지력 확보, 국제적 연대, 동맹과의 관계 개선 등을 주요 변화로 꼽았다. 그는 “민간 기업들이 (윤석열 정부 이후) 국내에 남아 사업을 본격적으로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도 늘어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정부 출범 1년여간 완료된 규제개혁 조치는 1027건에 달한다. 이 중 154건은 투자 창출 44조원 등 총 70조원의 경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총리는 “이번 정부 규제개혁의 특징은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하라’는 것”이라며 “대통령부터 정부 부처, 경제단체, 민간 기업까지 규제개혁 투입 인원과 물량을 대폭 늘렸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가 규제 혁신의 ‘선봉장’으로 평가받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 총리는 1990~1992년 상공부에서 산업정책국장으로 재직했다. 과거 상공부는 막강한 힘을 가진 규제 부처였다. 기업들이 사업을 하려면 상공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총리는 “상공부가 산업을 발전시키는 부처로 거듭나려면 규제 권한을 가지고 살아서는 안 된다”며 조선 철강 전자 기계 등 업종별로 나뉜 7개 개별법을 공업발전법(현 산업발전법)으로 통합해 없앴다. 다만 기술 개발 예산이 민간 기업에 투입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상공부 내부에선 반발이 작지 않았다. 하지만 상공부의 결정은 한국 경제가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이행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총리는 규제개혁 외에도 민간·기업·시장 중심 경제운용 전환, 원전 생태계 복원, 6대 국가첨단산업 육성 등 다양한 경제 분야 국정 과제를 책임지고 있다.
부산엑스포 유치에 총력
한 총리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는 170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영어와 프랑스어를 함께 구사하며 직접 프레젠테이션(PT)을 하기도 했다. 당시 프랑스어를 사용한 발표자는 한 총리가 유일했다. 이를 위해 약 한 달간 영어와 프랑스어로 된 PT 자료를 달달 외울 정도로 연습했다는 전언이다.한 총리는 품위 있는 영어를 구사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통상교섭본부장 시절 외국에 나갈 때 항상 두툼한 영영사전을 갖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낱말도 뜻이 여러 개다. 협상에서 말 한마디 잘못하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최근 영국 스웨덴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등 유럽 4개국을 순방하면서 세계 각국의 정상급 20여 명을 만나 부산엑스포 개최 지지를 촉구했다. 부산엑스포 개최지 투표는 오는 11월 시행된다. 부산과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경쟁한다.
한 총리는 경제 분야 외에도 다양한 국정 현안을 책임지고 있다.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과 정부 혁신이 대표적이다. 사회 분야에선 코로나19 일상 회복과 재도약 지원, 약자 복지 강화, 마약을 비롯한 중대 사회 범죄 근절 등을 다루고 있다. 외교 안보 분야에선 한·미 동맹 구현, 한·일 관계 복원 등에 집중하고 있다.
언론과의 소통에 적극적
한 총리는 언론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취임 이후 26차례 백브리핑을 통해 기자들을 만났다. 신년 기자회견 등 다른 행사까지 포함하면 기자들을 만난 횟수가 더 많아진다. 역대 총리 중 기자단과 가장 많은 간담회와 회견을 한 총리로 평가받고 있다.
현장 경험 중시하는 관료
공직 입문 이후 한 총리의 첫 발령지는 관세청이었다. 이후 경제기획원 예산실로 옮겨 사무관 시절 예산총괄을 맡았다. 1976년 남덕우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비서관 자격으로 구미경협사절로 파견됐다.1977년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1979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에는 서기관으로 승진했고, 1982년 경제 부처 간 상호 인적 교류로 상공부로 자리를 옮겼다. 미주통상과장을 맡던 1982년 다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1984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문을 토대로 논리와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관료로 평가받았다.

관가의 한 관계자는 “한 총리는 상공부에서 승진할 때 외부 출신이라 견제를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것들을 이겨내고 승승장구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자타공인 통상 전문가 한 총리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앞서 네 정권에서 고위직을 두루 맡았다. 김영삼 정부에서 특허청장·통상산업부 차관, 김대중 정부에서는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미 대사로 3년간 일했다.
"사자는 넓은 초원 필요" 개방론 강조
통상 전문가로서 그는 ‘개방론’을 강조했다. “토끼는 한 평의 풀밭으로 만족하지만 사자는 넓은 초원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통상교섭본부장 시절인 1998년 한국 정부의 수입차 개방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관용차도 수입차로 바꿨다. 장관급 관료가 수입 관용차를 타기로 한 것은 처음이었다.한 총리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지원위원장을 거쳤다.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장으로서 협의에 관여하면서는 미국 지방정부와 의회를 돌며 “(한·미 FTA로) 미국에도 일자리가 늘어난다”며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2007년 4월에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로 지명됐다.

한 총리는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우리 경제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보다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젊은 세대 미래를 위해 인기가 없을 수도 있지만 개혁의 기반을 분명하게 닦아야 한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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