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사람입니다"…삼성·SK·LG 떨게한 '슈퍼甲'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애플 팀 쿡 최고경영자(CEO·앞줄 사진 왼쪽) 책상에는 아침마다 전 세계 언론매체의 뉴스 스크랩이 올라갑니다."

"내부 회의에서도 애플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A사'라고 부르죠"

애플은 매년 전 세계에서 부품을 최대 100조원어치가량 사들이는 '큰 손'이다. 국내에서는 삼성 LG SK로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카메라모듈 등을 납품받고 있다.

애플은 이들 회사들로부터 제품 기밀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한다. 애플의 각국 법인은 이를 위해 각국 언론의 기사를 번역해 본사에 보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사 일부를 추려 팀 쿡 등 경영진에게도 보고된다는 후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팀 쿡 책상에 올라가는 스크랩북에 우리 기사가 담겨 있을까봐 늘 노심초사한다"고 말했다.

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매년 80조~100조원 넘는 정보기술(IT) 부품을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한국의 간판 기업도 애플에 반도체·디스플레이·카메라모듈 등을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납품 규모·시점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심지어 애플을 직접 언급하는 것조차도 금기시한다. 이들 회사 내부 회의에서조차 애플을 A사로 지칭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A라고 하면 애플이라고 다들 안다"며 "내부 문서에도 A사로 표기한다"고 말했다.

이만큼 애플 관련 사안을 비공개하는 것은 애플의 정보력과도 관계가 깊다. 전 세계 매체를 시시각각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의 민감한 뉴스가 나올 경우 관계있는 납품업체에 강력히 항의하곤 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A사가 국내 매체의 기사를 놓고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우리와 무관한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도 A사에서 연락이 오면 담당 부서엔 '비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삼성 LG SK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애플 뉴스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올해 가을 출시될 예정인 '아이폰15' 정보가 새 나갈까 애플이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아이폰14 판매가 부진해지자 애플에 납품하는 한국 기업들의 최근 실적도 부진했다. 그만큼 아이폰15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덩달아 애플과의 관계와 납품 소식에 대해서 예년보다 더 높은 수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