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들이 지난 2월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다비드자맹 전을 관람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백화점 업계의 ‘아트 마케팅’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고가의 미술 작품을 백화점에 상설 전시하는 한편,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화가의 특별전이나 자체 아트페어를 개최하기도 한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 ‘명품 큰손’ 소비자들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국내 미술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들의 아트 마케팅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같은 건축가' 백화점과 미술관의 컬래버레이션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의 1937년작 <전기의 요정>./ 현대백화점 제공현대백화점은 오는 17일부터 오는 9월6일까지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개점 2주년 특별전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라울 뒤피, 행복의 멜로디’를 연다고 2일 발표했다. 특별전의 주인공인 라울 뒤피는 20세기 프랑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 손꼽히는 미술 거장이다. 화려한 빛과 색으로 삶이 주는 행복과 기쁨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아 ‘기쁨의 화가’로 불린다. 이번 특별전엔 ‘전기의 요정(1952~1953)’ 오리지널 석판화 연작, 음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한 ‘붉은 바이올린(1948)’, 그의 작품 중 처음으로 프랑스 국가 소장품으로 등록된 ‘도빌의 예시장(1930)’ 등이 전시된다.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의 1930년 작품 <도빌의 예시장>./ 현대백화점 제공 루브르박물관·오르세미술관과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퐁피두센터가 국내 백화점에서 특별전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특별전의 전시기획 총감독은 현대백화점과 공동 주최한 퐁피두센터(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의 크리스티앙 브리앙 수석큐레이터가 맡았다. 라울 뒤피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브리앙 수석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라울 뒤피가 자신의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 귀중하게 여기고 남다른 애정으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이라며 “라울 뒤피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도록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전경. 현대백화점 제공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의 ‘아트 경영’ 전략하에 유명 미술 작품 전시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한국경제신문의 주최로 지난 2월 시작돼 지난달 27일 성공적으로 마친 특별전 ‘다비드 자맹: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이 대표적이다. 다비드 자맹전(展)과 라울 뒤피전은 모두 전시 장소로 더현대서울의 6층 전시공간 알트원(ALT.1)을 택했다. 알트원은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문 미술관 수준의 시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알트원은 더현대 서울 설계 당시부터 전문 전시장 수준의 항온·항습 시설을 갖춘 국내 유통시설 최고 수준의 미술품 전시 공간”이라며 “개관 2년 만에 60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조르주 퐁피두 국립현대미술관(퐁피두센터). 연합뉴스더현대서울은 이번에 라울 뒤피전을 공동 주최한 퐁피두센터와 특별한 인연도 있다. 더현대서울이 위치한 서울 여의도 파크원과 파리 퐁피두센터 모두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했기 때문이다. 1977년 개관한 퐁피두센터는 로저스가 설계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이고, 2020년 완공된 파크원은 로저스가 설계한 단일 프로젝트 중 가장 규모가 큰 건축물이다. 파격적인 모더니즘 디자인으로 알려진 로저스는 지난 2007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백화점 명칭에 '아트' 넣고 아트페어까지
롯데아트페어부산 2023 공식 포스터./ 롯데백화점 제공아트 마케팅에 나선 것은 현대백화점 뿐만이 아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3일부터 6일까지 시그니엘 부산에서 ‘롯데아트페어부산 2023’을 개최한다. 총 40여개의 갤러리 및 브랜드가 참여해 총 500여개의 작품이 공개된다. 특히 지난해 완판을 기록한 아시아 최대 갤러리 ‘탕 컨템포러리’가참여해 우웨이등 인기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웅 갤러리’와 ‘오매갤러리’ 등 국내 유명 갤러리들도 대거 참여한다. 단순 미술 작품을 넘어 예술과 결합한 프리미엄 일상 용품들을 접할 수 있도록 ‘아트 앤 라이프스타일 특별전’을 더욱 강화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아트페어부산을 국내 대표 아트페어인 ‘아트부산’과 연계해 ‘유통업계 최대 아트페어’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아트부산 개최 기간(5~7일) 동안에는 아트부산이 열리는 벡스코와 시그니엘 부산을 왕복하는 셔틀버스인 ‘아트버스’를 운행한다. 롯데백화점은 앞서 올 초엔 본점에 유명 그래픽 아티스트 채병록 작품인 대형 토끼 조형물을 설치했고, 지난달엔 에비뉴엘 잠실점에 세계적인 건축가인 켄고 쿠마의 설치작품 ‘SU:M(숨)’을 설치했다.
대전 도룡동 대전 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 전경./ 신세계 제공‘각 권역별 최고 점포’를 내세운 신세계백화점은 점포명에도 적극적으로 ‘아트’를 넣고 있다. 지난 2021년 개점한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가 대표적이다. 백화점이라는 간판명을 지우고 매장 내부에 대형 갤러리를 마련했다. ‘백남준·이이남-인프로그레스(in progress)’, ‘해피 팝’, 서울옥션과 협업한 국내외 유명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도 개최했다. 신세계는 최근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의 명칭도 ‘광주 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로 바꾸겠다고 발표하며 아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명품 매장이 있는 서울 강남점 3층에는 ‘아트 스페이스’를 만들어 예술 작품 250여점을 상설 전시한다.
국내 '명품 큰손' 잡고 미술 시장 겨냥
백화점 업계가 아트 마케팅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것은 고객 모집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국내외 유명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만으로도 구매력이 큰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 백화점 업계에선 미술 전시 관람객 중엔 3040세대의 고소득 전문직이 많기 때문에 백화점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명품 시장의 큰손을 잡기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미술 시장도 겨냥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품의 유통 시장 판매액은 1조377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판매액은 지난 2021년(7563억원)과 비교해 무려 37.2% 늘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더이상 아트 마케팅은 업계의 부차적인 마케팅 수단이 아닌 필수 마케팅 전략”이라며 “미래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까지 담고 있다”고 말했다.
백종원·김혜자·주현영 등 연예인을 앞세운 편의점 ‘도시락 대전(大戰)’의 전장이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편의점 도시락은 밥과 몇 가지 반찬이 있는 한식 정찬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들어 불고기·경양식·비빔밥 등으로 종류가 다변화되고 있다. 도시락을 넘어 김밥 상품에도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운 상품이 출시됐다. 외식 물가 급등에 ‘가성비’ 식사를 찾는 소비자들을 선점하려는 편의점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CU, '백종원 시리즈' 2탄 김밥 출시BGF리테일은 편의점 CU가 5월 1일 ‘백종원 우삼겹 한줄 김밥’을 출시한다고 30일 발표했다. CU가 지난 2015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처음 컬래버레이션(협업)해 도시락을 출시한 이후 김밥 상품에까지 백종원 브랜드가 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U는 기존의 김밥 상품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우삼겹을 앞세웠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특제 소스를 발라 구워낸 우삼겹에 대파구이, 당근, 계란, 마요네즈로 속을 채운 상품”이라며 “우삼겹과 야채들의 조화로 고소하고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라고 말했다.‘백종원 김밥’의 라인업도 늘려나간다. CU는 다음달 16일 ‘백종원 비빔밥 한줄 김밥’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가격은 1일 출시하는 우삼겹 한줄 김밥과 동일한 2900원으로 책정됐다. 두 상품 모두 △통신사 멤버십 △카카오페이 결제 △편의점 구독 쿠폰을 모두 적용하면 최저 1620원에 먹을 수 있다. CU가 도시락에서 김밥으로 눈을 돌린 배경엔 최근 급격히 늘어난 김밥 매출이 있었다. 4월 1~28일 CU의 줄 김밥 상품 매출은 전년대비 38.8% 늘었다. 전년대비 매출 신장률은 지난 1월 24.3%, 2월 33.4%, 3월 37.1%로 꾸준한 우상향 추이를 보이고 있다. CU의 지난해 김밥 매출 신장률(19.6%)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치열한 경쟁에 다변화되는 '편도' 편의점 도시락의 다양성도 확대되고 있다. GS25는 지난 26일 ‘김혜자 도시락’ 시리즈 4탄 ‘혜자로운집밥 에그함박’을 출시했다. GS25는 그동안 제육볶음·오징어불고기·너비아니 등 한식 위주로 김혜자 도시락을 구성해왔는데 경양식으로 라인업을 확대한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처음부터 다소 다른 전략을 펼쳤다. 배우 주현영을 모델로 일반적인 ‘편도(편의점 도시락)’ 형태가 아닌 비빔밥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3월 신제품 ‘바싹불고기비빔밥’과 기존 제품을 리뉴얼해 재출시한 ‘전주식비빔밥’으로 주현영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이후 제육쌈 비빔밥, 봄냉이비빔밥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각사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도시락 매출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한 달 간 CU의 도시락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5.2% 올랐다. GS25의 경우 김혜자 도시락을 재출시한 지난 2월15일부터 지난 23일 사이 도시락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69.8% 늘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지난 3월 주현영 비빔밥 출시 이후 전년대비 매출 신장률은 70%로 출시 이전인 지난 1~2월(35% 증가)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현대백화점이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리테일 브랜드인 ‘디즈니 스토어’의 운영권을 획득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주요 점포에 국내 최초로 디즈니 스토어가 들어서는 것이다.오프라인 리테일 기업들의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고객들이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현대백화점만의 콘텐츠 차별화에 방점을 찍는다는 전략이다.현대백화점은 이번 협업을 기반으로 오는 7월 판교점에 ‘한국 공식 디즈니스토어’를 선보인다. 모든 연령층의 고객들이 특별히 엄선된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등의 다양한 패션, 완구, 라이프스타일 상품과 수집 용품을 통해 디즈니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다.디즈니의 대표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를 비롯해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으로 구성된 디즈니 프린세스 캐릭터,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속 캐릭터 등을 활용한 상품 판매 공간은 물론, 디즈니 브랜드 및 프랜차이즈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 결합한 복합 매장으로 구성할 예정이다.현대백화점은 올해 안에 더현대 서울·천호점·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등에 총 3개 매장을 추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디즈니스토어의 온라인 매장도 현대백화점 공식 온라인몰 ‘더현대닷컴’ 안에 숍인숍 형태로 오는 7월 중 오픈할 예정이다.이외에도 현대백화점은 이번 협업을 기념하는 의미로 공식 디즈니스토어 오픈(7월)에 앞서 지난 18일 판교점 5층에 약 264㎡(80평) 규모의 ‘디즈니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팝업스토어에선 피규어, 인형, 의류, 리빙 등 디즈니 주요 라이선스 상품 총 700여 종을 선보이고 있다.공식 매장을 론칭하는 7월에는 현대백화점 16개 전 점포에서 디즈니를 테마로 한 대형 마케팅 캠페인도 펼칠 계획이다. 또한 디즈니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제품 개발 사업 전개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섬·현대그린푸드·현대리바트 등 그룹 내 패션·식품·리빙·인테리어 계열사의 상품 개발 및 제작 역량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현대백화점의 의지와 한국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자 하는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측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긴 시간 논의와 노력 끝에 국내에 디즈니스토어를 들여오게 됐다”며 “이번 협업을 통해 미래형 리테일의 방향성을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컨템포러리 액세서리 전문 브랜드 루즈앤라운지가 런칭 10주년을 맞아 런던 플라워 마켓을 모티브로 한 '앤라운지 플라워마켓' 팝업스토어를 선보인다고 26일 밝혔다.이번 '앤라운지 플라워마켓' 라인은 영국 콜롬비아 로드 플라워마켓의 싱그러움과 패셔너블한 감성에 영감을 받은 가드닝 콘셉트로, 캔버스백·우산·머리띠 등 16종으로 구성된다. 루즈앤라운지의 '앤라운지 플라워마켓' 팝업스토어는 더현대 서울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노원점(4월 28일~5월 2일), 더한섬하우스 부산점(5월 4일~31일)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