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리에스 뉴스케일파워 최고기술책임자(CTO·왼쪽)가 지난달 27일 미국 오리건주 코밸리스에 있는 뉴스케일파워 본사 모의종합상황실에서 소형모듈원전(SMR) 운전을 시연한 뒤 가동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코밸리스=김재후  기자
호세 리에스 뉴스케일파워 최고기술책임자(CTO·왼쪽)가 지난달 27일 미국 오리건주 코밸리스에 있는 뉴스케일파워 본사 모의종합상황실에서 소형모듈원전(SMR) 운전을 시연한 뒤 가동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코밸리스=김재후 기자
미국 오리건주 최대 도시인 포틀랜드에서 남쪽으로 140㎞ 떨어진 인구 6만 명의 코밸리스에는 세계 1위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의 본사가 있다. 뉴스케일파워가 이 도시에 있는 오리건주립대의 연구소가 분리돼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찾은 뉴스케일파워 본사 직원들은 평온한 소도시의 풍경과 달리 한국 진출을 위한 준비작업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진 대비 상시 훈련

뉴스케일 설계, 두산 제조·GS 운영…韓美 'SMR 드림팀' 뭉친다
3층 규모 본사는 그동안 국가 핵심시설이란 보안상 이유로 방문이 쉽지 않았다. 사전 허가를 받아 건물에 들어서자 사무실은 설계하는 엔지니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무실을 지나 복도를 꼬불꼬불 돌고 나니 모의종합상황실이 나왔다.

가상 SMR 12개를 운전하고 통제하는 곳이다. 시물레이션하는 도중에 건물이 실제로 흔들리고 원자로가 꺼졌다는 경보음이 울렸다. 기자가 놀라자 호세 리에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가상 지진 상황이니 당황하지 말라”며 웃었다. 본사에서 차로 10분 거리엔 일반 원전의 150분의 1 수준인 SMR(높이 20m, 지름 2.7m) 모형이 있었다.

뉴스케일파워의 SMR은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과 경제성에서 월등히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품 100만 개를 사용해 5년간 짓는 대형 원전에 비해 SMR은 부품 1만 개로 2년6개월이면 건설이 가능하다. 부품 수가 적기 때문에 SMR의 중대사고율은 30억 년에 1번꼴이다. 10만 년에 1~2회꼴인 대형 원전에 비해 크게 낮다. 발전소 주변은 사고 시 직접 피해를 우려해 반경 230m를 빈 공간으로 두면 돼 30㎞를 비워야 하는 대형 원전보다 부지 확보가 훨씬 쉽다. 대도시 인근에도 건설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술력 경쟁사보다 5년 앞서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은 SMR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에만 뉴스케일파워 외에 테라파워, X에너지, GE히타치뉴클리어에너지, 홀텍인터내셔널 등 6개 회사가 SMR 시장에 뛰어들었다. 캐나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은 정부 주도로 회사가 설립돼 SMR을 연구개발 중이다.

이 가운데 뉴스케일파워의 SMR 설계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이 회사가 설계한 SMR은 물로만 원자로를 냉각할 수 있어 사고 시에도 원자로에 전력 공급이 필요하지 않다. 뉴스케일파워는 자체적으로 원자로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일본 원자력발전소가 전력 공급이 차단돼 폭발 위기에 몰렸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이외에 530여 개 SMR 관련 특허를 보유하며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유일하게 2020년 설계인증을 받았다. 리에스 CTO는 “NRC 인증은 신청이 완료돼도 최소 5년 넘게 걸린다”며 “기술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5년 이상 앞섰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 회사는 미국 에너지부에서 14억달러(약 1조9000억원)를 지원받아 아이다호주에 SMR 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경북에 클린에너지타운 조성이 목표

뉴스케일파워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도 유치했다. 두산에너빌리티 1억4000만달러, 삼성물산 7000만달러, GS에너지 4000만달러 등이다. 한국 기업들이 지분 약 15%를 보유,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경북지역 17만5000여㎡ 부지에 SMR 6개를 짓는 사업을 2031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척 굿나잇 부사장은 “한국 정부에 인허가를 신청하고 심사하는 기간이 5년 넘게 걸린다”며 “계획대로 인허가 절차 등이 진행되면 2028년에 SMR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코밸리스=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