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소방수로 나선 JP모간…"SVB發 1차 은행 위기 마지막 단계"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가 위기에 빠진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품기로 했다. 미국 당국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불안해진 시장을 달래기 위해 예외 조항까지 마련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매각하는 길을 택했다. 미국에서 붕괴한 은행은 올해만 네 번째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은행 위기가 진화될지, 또 다른 공포로 번질지 주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JP모간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모든 예금을 인수할 것”이라고 1일 밝혔다. 미국 금융당국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폐쇄하는 동시에 수취인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로 변경해 자산을 동결하는 절차를 밟는다. JP모간이 모든 예금과 대출을 인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인수가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정부가 우리와 다른 기업들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며 “자금력과 역량을 동원해 예금보험기금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거래 방식으로 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 관계자는 “(정부가) 가장 적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돼 고무적”이라며 “국민들은 은행 시스템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신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내 예금의 10% 이상을 보유한 은행은 현행법상 다른 은행을 인수하지 못한다. JP모간은 예금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미 규제당국은 파산 위기에 놓인 은행은 예외를 두는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연초 대비 약 97% 폭락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부유층 고객에게 대출해주고 우대 금리 혜택을 제공하며 자금을 유치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높아지면서 대출 자산 평가액이 크게 떨어졌고, 손실이 커졌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올 1분기 순이익은 2억6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 급감했다. 1분기에 대규모 예금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이 지난달 24일 알려지며 주가는 또 한번 폭락했다. 결국 FDIC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자력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매각에 들어갔다.

이번 인수 결정으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위기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은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티븐 캘리 예일대 경영대학원 선임연구원은 “지금은 한 은행의 붕괴가 다른 은행으로 전이된 2008년과 같은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매각 이후에도 미국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 등 자산 부실화로 인한 위기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