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거래액이 50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온라인 패션시장을 두고 패션 앱들의 각축전이 심화하고 있다. 옷, 신발, 가방 등 패션용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던 이른바 버티컬 패션 앱들이 생활가전에 이어 식품, 여행 상품으로까지 앞다퉈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정된 국내 패션시장에서 패션만 놓고 경쟁하다간 성장 둔화의 늪에 빠질 공산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패션 앱, 전문몰에서 종합몰로

"옷만 팔아선 못 살아남는다"…여행상품까지 내놓는 패션앱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패션몰 가운데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을 넘어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곳까지 등장했다. LF가 운영하는 모바일 앱 ‘LF몰’은 가전·가구에 이어 올해 초 항공권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몰로 정체성을 넓히려는 게 목적이다. 여행상품이 많이 팔리면 그와 연계해 관련 패션 상품 판매 확대를 노려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다.

패션 앱이 라이프스타일 쪽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SSG닷컴이 인수한 여성 패션 플랫폼 W컨셉은 냉장고, 식기세척기, 오븐 등 각종 전자제품과 건강식품 등을 함께 판매하며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무신사도 냉장고와 노트북뿐 아니라 무선이어폰, 턴테이블, 조명, 가구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 중이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패션 쇼핑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인테리어나 집들이 선물용으로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무신사와 W컨셉 같은 패션 플랫폼을 ‘신(新)채널’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제품 유통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패션 플랫폼들이 적극적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엔 국내 패션시장만 공략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지난해 흑자를 낸 패션몰은 무신사와 W컨셉, 퀸잇 정도에 불과하다.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크림 등 다른 플랫폼은 줄줄이 적자다.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영업손실 744억원, 순손실 79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외부감사인(대주회계법인)으로부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이 제기될 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로 눈 돌리는 곳도

일부 패션몰이 해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도 레드오션화한 국내 온라인 패션시장의 실상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W컨셉은 2016년부터 미국에 법인 ‘W컨셉 USA’를 설립하고 일찌감치 해외 공략에 나섰다.

13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무신사는 일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하라주쿠에 ‘도쿄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시장이 아직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구 급감 추세를 감안할 때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며 “해외 진출을 노리는 플랫폼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