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인력도 확대키로…경계현 사장 "관성 등 마찰력 극복해 혁신해야"

'반도체 한파'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 삼성전자가 반도체 연구개발(R&D)에 웨이퍼 투입을 늘리는 등 R&D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반도체 다운턴(하강 국면)에도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늘려 미래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R&D에 웨이퍼 투입 늘린다…"초격차 경쟁력 확보"
1일 업계에 따르면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지난달 26일 DS 부문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올해는 개발에서 웨이퍼 투입을 증가시켜 미래 제품의 경쟁력에서 더 앞서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경 사장은 "D램과 낸드는 월 최대 수량 판매를 달성했지만 가격이 너무 떨어졌다"며 "급격한 실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다운턴 대책을 실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5% 급감한 6천40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에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4조5천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경 사장은 "경제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격적으로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적자를 피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줄일 수는 있다.

그 폭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남은 7, 8개월 동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R&D에 웨이퍼 투입 늘린다…"초격차 경쟁력 확보"
이에 따라 올해 중장기적으로 R&D 인력 확대, 웨이퍼 투입 증가 등을 통해 R&D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총 인력을 증원하는 등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시설투자(캐펙스·CAPEX)는 계획대로 집행할 방침이다.

앞서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도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미래 공급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될 선단 제품들의 적기 개발과 품질 강화를 위해서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투자를 강화하며 중장기 공급 대응을 위한 경쟁력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반도체 연구조직을 재정비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의 투자가 생산 능력을 늘리는 양산 팹(공장)에 집중된 측면이 강했지만, 삼성전자는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에 보다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R&D에 사상 최대인 6조5천800억원을 투자하고, 시설 투자에도 1분기 기준 최대 규모인 10조7천억원을 쏟아부었다.

1분기 R&D 투자액은 영업이익의 10배가 넘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작년 8월 복권 후 첫 현장 행보로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하는 등 수 차례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당부해 왔다.

삼성전자, R&D에 웨이퍼 투입 늘린다…"초격차 경쟁력 확보"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재고를 계획보다 더 많이 감축하고, 경비 효율화와 구매단가 인하 등을 통해 비용을 효율화하기로 했다.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구체적인 감산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상황에 따라 경쟁사들이 목표치로 제시한 최대 25% 규모까지 감산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신한투자증권)고 보고 있다.

경 사장은 "지금은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럴수록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삼성전자는 이미 다른 회사에 혁신 우위를 뺏기고 있다", "메모리 3강 구도 내 입지가 안정적이어서 여기에 안주하려는 것 같다" 등의 비판이 담긴 외신 보도를 인용하며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강조했다.

경 사장은 ▲ 익숙한 것을 고집하는 관성 ▲ 수고가 적은 것을 택하는 노력 ▲ 부정적 감정을 피하는 정서 ▲ 강요받으면 저항하는 반발 등을 '4대 마찰력'으로 꼽고 "4대 마찰력을 극복해 지속적인 변화 혁신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