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의 대량 매물 폭탄으로 삼천리 등 여러 종목이 무더기로 하한가로 추락한 사태는 장외파생상품의 일종인 차액결제거래(CFD)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잘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레버리지를 쓸 수 있어 적은 금액으로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30억으로 레버리지…삼천리 주가 5배 올려
CFD는 주식을 실제로 보유하지 않고 주식을 사고파는 효과를 내는 거래다. 고객이 증권사와 CFD 계약을 맺고 증거금을 납부하면 증권사의 매수 주문을 통해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한다.

국내 증권사는 고객과 CFD 계약을 맺고 난 뒤 외국계 증권사와 이른바 ‘백투백 계약’을 한다. 국내 증권사가 상환 위험을 외국계 증권사에 이전해 손실을 헤지하는 계약이다. 외국계 증권사는 CFD 계약 종목을 대상으로 현물 주식을 사거나 구조화 금융상품을 만들어 위험을 헤지한다.

하한가 종목 중 삼천리는 불과 1년 사이에 10만원에서 50만원대까지 5배 이상으로 올랐다. CFD로 주가를 5배 넘게 올려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종목으로 만드는 데 들어간 금액은 약 33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가 가능한 CFD와 저유동성 종목이 만나 손쉽게 주가를 부양한 것이다. 하지만 CFD 계약은 청산 과정에서 급락을 일으키는 부메랑이 됐다. SG증권은 국내 증권사가 고객과 맺은 CFD 계약에 따라 실물 증권을 모두 매수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분석한다. 청산 요청이 나오자 삼천리 실물 증권의 매물이 쏟아지며 하한가로 직행했다. 다른 종목들이 하한가로 직행한 이유도 비슷하다.

CFD 거래 규모는 2019년 전문투자자 요건이 완화되며 크게 늘었다. 개인 전문투자자는 2019년 11월 3571명에서 최근 2만7585명으로 8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