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민항구 만상성 백화점 1층 니오 매장에 전시돼 있는 '니오 eT7'.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중국 상하이 민항구 만상성 백화점 1층 니오 매장에 전시돼 있는 '니오 eT7'.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상하이(上海市)에서만 한 달에 7000대씩 팔립니다. 차값이 최소 6000만원이 넘는데 대부분 엄마가 20~30대 자녀에게 사주는 차죠. 중국 젊은이들은 '니오(蔚來·웨이라이)'를 타야 트렌디(유행에 민감한)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9일 중국 상하이 민항구(閔行)에 있는 만상성 백화점. 이곳 1층에 자리잡고 있는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 매장의 관계자는 "요새 가장 잘 나가는 모델(eT5)"이라고 소개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니오 차량 내부.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니오 차량 내부.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전기차 천국' 중국의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건 20~30대 소비자다. 중국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 구매 유도) 정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젊은이들은 전기차를 타야 소위 '핫하다'고 생각한다"며 "독일차 같은 수입 브랜드나 저렴한 중국 토종 내연기관차는 대부분 중장년층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중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와 함께 전기차 열풍을 주도하는 건 중국 토종 스타트업 브랜드 '니오'다. 자동차 정보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을 하던 리빈(李斌)이 2014년 11월 상하이에서 창업했다.

니오는 샤오펑(小鵬)·리샹자동차(理想汽車)와 함께 중국 자동차 3대 신세력으로 불린다. 미국 증시에 니오(2018년 9월), 리샹(2020년 7월), 샤오펑(2020년 8월소) 순으로 상장할 정도로 훌쩍 컸다. 해외에선 세 회사를 흔히 '중국판 테슬라'라고 부른다.

니오가 중국 내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건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다. IT기술자 출신이 이끌고 있는 기업 답게 자동차보다는 '테크'를 강조하면서 젊은층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니오 배터리 교체소.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니오 배터리 교체소.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대표적인 서비스가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교체소)'다. 충전이 급하거나 배터리 성능이 저하(95% 이하)됐다고 판단되면 니오 차량 구입자에 한해 평생 월 최대 4회까지 무상으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 5회부터는 100위안(약 2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당장 차를 써야하는데 충전할 시간이 없다면 앱을 통한 예약만으로 5분이면 교체가 된다. 배터리 교체 시스템을 제공하는 건 전 세계 전기차 기업 중 니오가 유일하다.
니오 배터리 교체소. 영상=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니오 배터리 교체소. 영상=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실제 이날 니오의 'eT7'을 타고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을 방문했더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모바일로 간편하게 진행됐다. 앱을 통해 주변에 있는 교체소를 예약한 뒤 방문하면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내비게이션에 인근 '니오 배터리 교체소'를 검색하면 곧바로 예약을 할 수 있다. 해당 교체소에 자리(부스)가 몇 개 비었는지, 대기 인원은 몇 명인지까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니오 배터리 교체소 내부. 차를 이곳에 세워두면 리프트가 올라와 자동으로 배터리를 탈부착한다.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니오 배터리 교체소 내부. 차를 이곳에 세워두면 리프트가 올라와 자동으로 배터리를 탈부착한다.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부스처럼 생긴 교체소는 전부 무인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차량을 교체소 앞에 세워두고 다시 앱을 통해 모바일로 '진행' 버튼을 누르면 자율 주행 기능으로 차량이 알아서 교체소로 들어간다. 입고된 차량 하부에 설치된 리프트가 차량에 부착돼 있는 배터리 볼트를 알아서 풀어 새 배터리를 장착한다.

부스 밖에 서 있으면 '드르륵 드르륵' 볼트 푸는 소리만 들린다. 입고부터 출고까지 걸린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한 교체소에서 하루 최대 312회의 배터리 교체가 가능하다. 니오의 배터리 교체소는 상하이를 비롯 중국 전역에 1100여곳이 넘는다. 니오 관계자는 "전기차는 항상 좋은 배터리 상태를 유지해야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니오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니오 인공지능 도우미 '노미'를 통해 주행을 하고 있는 모습. 영상=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니오 인공지능 도우미 '노미'를 통해 주행을 하고 있는 모습. 영상=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니오는 인공지능(AI) 개발에도 공을 들인다. 자동차를 IT기기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시리'처럼 니오도 시동부터 주차를 완료할 때까지 인공지능 도우미 '노미'를 통해 모든 주행을 할 수 있다. 실제 주행 중 중국어로 "노미야, 블랙핑크 노래 틀어줘"라고 했더니 아이돌그룹 블랙핑크의 최신곡이 재생됐다. 노미는 중국어와 영어를 알아듣는다.
니오 인공지능 도우미 '노미'를 통해 자동주차를 진행하고 있다. 영상=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니오 인공지능 도우미 '노미'를 통해 자동주차를 진행하고 있다. 영상=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이번엔 노미를 통해 오토파일럿과 자동주차를 테스트했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완성도가 높았다. 상하이 교통문화 특성상 도로가 혼잡하고 이륜차가 많아 오토파일럿이 제대로 작동할까 궁금했는데 기우였다. 전방충돌방지, 차로이탈방지, 주변 장애물 인식 등 센서의 민감도가 상당히 높고 작동도 잘 됐다. 니오는 자율주행용 칩과 라이다 칩을 자체 개발한다. 니오 관계자는 "장거리 주행이 많은 중국에서 오토파일럿은 상당히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니오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니오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브랜드 관리에도 상당히 노력을 기울인다. 실제 이날 방문한 매장은 상하이 민항구에서 가장 큰 백화점 명품관에 자리했다. 니오 관계자는 "브랜드에 활력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니오 차량 소유주는 앱을 통해 니오에서 운영하는 회원 전용 카페도 이용할 수 있다. 놀이방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올 수 있다. 자동차와 전혀 상관 없는 문화 행사도 연다.

니오 같은 중국의 전기차 업체들은 현재 살아남기 위한 '출혈경쟁' 중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벌써 '레드오션'으로 불릴 정도로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것도 자국 전기차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신흥 전기차 업체 중 영업흑자를 내는 곳은 리샹자동차 단 한 곳이다. 중국의 신에너지차 정부 보조금이 중단된 올해부터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상하이(중국)=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