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뉴스1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방향을 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진용이 오는 21일부터 전원 ‘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으로 꾸려진다. 주상영·박기영 위원이 20일 임기를 마치고 박춘섭·장용성 위원이 합류하면서다. 경제와 금융 관련 최고 전문가를 선임한 것이란 설명이지만 특정학과 출신으로의 쏠림이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한은에 따르면 21일 임기를 시작하는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85학번으로 입학해 1991년 석사학위까지 경제학과에서 취득했다.

금통위원은 총 7명으로 구성된다. 한은 총재가 의장을 맡고, 부총재가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다른 5명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은행연합회가 추천한 민간 위원으로 꾸려진다. 장 신임 위원은 한은이 추천한 인사다.

7명의 금통위원 중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은 장 교수를 포함해 5명이다. 금통위 의장인 이창용 한은 총재가 경제학과 80학번으로 가장 선배이고, 전국은행연합회가 추천한 신성환 위원과 대한상의 추천 서영경 위원은 각각 81·82학번이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도 경제학과 83학번이다.

금융위 추천으로 장 교수와 함께 임명되는 박춘섭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무역학과 79학번이다. 금통위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조윤제 위원(무역학과 71학번)과 동문이다. 무역학과는 지난 1985년 국제경제학과로 이름을 바꿨다가 1995년 경제학과와 합쳐져 지금의 서울대 경제학부가 됐다.

지난 1998년 현재와 유사한 형태의 금통위 체제가 꾸려진 후 위원 전원이 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까지는 임기를 마치는 두 위원 중 박기영 위원이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박 위원 취임 전에는 의장인 이주열 전 한은 총재가 연세대 경영학과, 임지원 전 위원이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출신이었다.
김중수 전 한은 총재(왼쪽 네번째) 시절 금통위 7인. 사진=연합뉴스
김중수 전 한은 총재(왼쪽 네번째) 시절 금통위 7인. 사진=연합뉴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 총재를 맡았던 전철환(1998~2002)·박승(2002~2006)·김중수(2010~2014) 전 총재 시절엔 곽상경·황의각 전 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김원태·남궁훈 전 위원(서울대 법대), 이성태·최운열 전 위원(서울대 경영학과), 박원식 전 위원(고려대 행정학과)등이 있었다.

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이 기준금리를 비롯한 경제와 금융과 관련된 주요 결정을 내리는 금통위를 구성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한은 안팎의 시각이다. 위원 개개인이 각 분야 최고 전문가라는 것이다. 다만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함께 다닌 인사가 많아 특정 의견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제기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