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다" 구박받던 신라면 블랙…미국인 입맛 잡고 '화려한 부활'
국내 고급 라면의 원조 격인 농심의 ‘신라면 블랙’이 해외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선정된 데 이어 현지 판매도 급증세다. 2011년 출시 당시 국내에서 판매 중단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신라면 블랙은 이제 농심의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 블랙의 지난해 미국 매출은 3900만달러(약 510억원)로 2021년 3200만달러 대비 21.8% 늘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블랙은 미국 현지에서 프리미엄 라면으로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며 “미국에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한 봉지에 2000원을 훌쩍 넘는 라면이 흔하지만, 신라면 블랙이 처음 세상에 나온 2011년만 해도 1000원보다 비싼 라면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신라면 블랙의 소비자가격은 한 봉지에 1600원으로 신라면의 두 배 수준이었다.

신라면 블랙은 출시와 동시에 ‘고가 논란’에 휘말렸다.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담은 라면’이란 표현이 허위·과장광고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1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신라면 블랙은 출시 4개월여 만에 국내에서 생산이 중단됐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던 신라면 블랙이 1년2개월 만에 돌아온 건 소비자의 재출시 요구 때문이었다. 당시 신라면 블랙은 국내 생산이 중단됐지만 미국과 중국에서는 여전히 생산되고 있었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신라면 블랙을 역직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고, 한 유통업체는 ‘신라면 블랙을 수입해서 팔게 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2012년 12월 신라면 블랙이 복귀한 것을 계기로 라면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프리미엄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2015년엔 농심의 ‘짜왕’이 등장하며 출시 1년간 1000억원 이상 판매되는 등 ‘프리미엄 중화풍 라면’ 시장을 조성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신라면 블랙과 짜왕 등 프리미엄 라면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가격이 조금 비싸도 맛과 품질이 좋으면 사 먹는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확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