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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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가 일본의 6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한국의 경제규모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국제 사회에 대한 기여도가 절반 이하 수준인 셈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가 지난 12일 발표한 '2022년 ODA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ODA 실적은 27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원화로는 약 3조6000억원 수준이다. 한국이 각국에 직접 제공한 양자 원조 규모는 21억9000만달러, 국제금융기구 등에 출연하는 다자 원조는 6억달러였다.

ODA는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위해 제공하는 원조를 뜻한다. 양자 원조는 크게 개도국의 민간자금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주어지는 차관 등 유상원조와 자금 지원에 대한 상환 의무가 없는 무상원조로 나뉜다.

지난해 한국의 ODA실적은 환율 급등으로 달러화 실적은 전년(28억7000만달러)대비 3% 줄어든 수준이었지만, 원화 기준으론 전년(3조3000억원)대비 9%(3000억원) 늘었다. DAC에 등록된 30개국 가운데 지원 규모론 16번째다.

크게 나쁘지 않은 실적처럼 보이지만 한국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의 ODA 실적은 1위 미국(553억달러), 2위 독일(350억달러)에 비하면 10분의1도 되지 않는다. 3위인 이웃나라 일본(175억달러)에 비해선 16% 수준에 불과하다. DAC 통계에 담기지 않지만 중국은 1위 미국과 맞먹는 수준의 자금을 ODA에 투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중·일이라 동일 선상에 놓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규모가 한국의 70% 수준인 네덜란드가 65억달러를, 절반도 되지 않는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50억달러로 한국의 2배 가량을 기여했다. 이웃 우크라이나에서 터진 전쟁으로 일시적으로 ODA 규모가 늘어나긴 했지만 국민소득 1만달러대인 중진국 폴란드(34억달러)보다도 지난해 한국의 실적은 떨어졌다.

한국의 국민총소득(GNI)대비 ODA 비중은 0.17%로 DAC 평균 0.36%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일본은 0.39%를, 유럽 선진국들은 0.5% 이상을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ODA가 단순히 국가의 '선행'의 지표가 아닌 그 국가의 국제 사회에서의 발언권과 수혜국에서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으로 이어진다느 점에 비춰볼 때 중장기적으로 DAC 평균 수준까지 ODA 공여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도국은 ODA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도로나 철도, 병원 등 기본적인 사회 기반 인프라부터 전자정부, 첨단 방역 시스템까지 다양한 국가 발전 사업을 수행한다. 공여국은 이 과정에서 자국 기업들이 참여할 기회를 얻고, 자국 제품·서비스의 시장을 확장할 수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