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1일 모바일 게임사의 신작을 구글플레이(앱마켓)에서 독점 출시하는 걸 조건으로 광고 효과가 있는 각종 혜택을 준 구글에 “독과점 지위(시장 지배력)를 남용했다”며 4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이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 앱인 원스토어의 사업을 방해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구글플레이가 경쟁 제한 행위로 경쟁당국의 징계를 받은 건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 본사 임원까지 방한해 압박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이 이 같은 경쟁 제한 행위를 시작한 건 2016년 6월이다. 당시 구글플레이와 경쟁하기 위해 국내 통신 3사와 네이버는 통합 앱마켓인 원스토어를 출범시키고 스마트폰에 기본 장착하기로 했다. 위기감을 느낀 구글은 원스토어를 막을 수단으로 게임을 선택했다. 현재 구글플레이와 원스토어 모두 국내 매출의 90% 이상이 게임에서 발생할 정도로 앱마켓에는 게임이 매우 중요하다.

구글은 이에 착안해 게임사들이 원스토어에 신작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전략을 수립했다. 구글플레이 독점 출시 조건으로 앱 화면 최상단에 게임을 노출해주고(피처링), 해외 진출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매년 수십만 개의 신작 게임이 쏟아지고 해외시장이 국내의 10배 규모인 상황에서 거부하기 힘든 요구였다.

공정위가 공개한 구글 내부 문서에 따르면 “금주의 신규 추천 게임 피처링은 구글팀이 게임사를 관리할 수 있는 힘” “원스토어를 마이너 루저 리그로 만들어야”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글 미국 고위임원이 직접 한국에 와서 게임사와 미팅하는 등 본사의 관여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구글에 420억 과징금…"한국앱에 신작게임 출시 막아"
이 같은 구글의 위법 행위로 원스토어가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수 없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모바일 게임은 출시 한 달 내 다운로드 비중이 1년 전체의 59.1%를 차지할 정도로 초기 배포가 중요하다. 하지만 구글 독점·선출시로 원스토어는 핵심 게임들을 제때 확보할 수 없었다. 원스토어의 시장 점유율은 출시 초기 최대 20% 수준이었지만 구글의 위법 행위가 이뤄진 2017·2018년 최대 10%로 떨어졌고, 공정위 조사 후 2019년엔 다시 약 15%로 높아졌다.

공정위 “플랫폼에 엄정히 법 집행”

공정위는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플랫폼 사업자의 반경쟁적 행위에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플레이가 경쟁당국의 제재를 받은 건 전례 없는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구글플레이가 안드로이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경쟁 앱이 있기 때문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원스토어는 “구글의 불공정 행위가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합당한 제재가 내려졌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게임회사의 원스토어 입점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게임업계도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다양한 앱 마켓을 통해 게임 출시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구글은 유감을 나타냈다. 구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안드로이드는 (애플과 다르게) 개발자들이 앱을 어떻게 배포할지에 대해 완전한 결정권을 준다”며 “신중히 검토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한신/이승우/이슬기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