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회장 취임 100일…"공매도 투기·헤지 효과 균형감 있게 고려돼야"
증권업계 PF 리스크 "연착륙 중"…ABCP 매입 프로그램 연말까지 연장 추진
서유석 "증권사 지급결제 가능…최근 은행권 위기와 결 달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10일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허용 문제는 최근 불거진 글로벌 은행권 위기와 결이 다른 문제라면서 증권사들이 지급결제 업무를 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공매도 전면 재개와 관련해서는 '투기'와 '헤지'(위험분산)라는 두 가지 성격이 균형 있게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고, 지난해 연말 증권업계를 긴장시켰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유동성 경색 리스크는 안정화됐다고 봤다.

서 협회장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여의도 금융센터 기자실을 방문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선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글로벌 은행권 리스크가 확산, 국내에서 은행의 지급결제 업무를 비은행권으로 확대하려는 논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데 대해 증권사들이 해당 업무를 이행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서 협회장은 "증권사들이 지급결제 업무를 맡을 경우 예탁금 범위 안에서 송금과 이체를 하게 된다"며 "(글로벌 은행권 리스크와) 증권사의 지급결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SVB가 특화된 모델의 사업을 영위하다가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스몰 라이선스' 문제는 (최근 은행권 리스크와) 연관이 조금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중소형 증권사들 중심으로 부동산 PF 관련 유동성 경색 문제가 불거졌지만 현재는 많이 안정화됐다고 봤다.

서 협회장은 "작년 말 (증권업계의) 중소형 증권사 부동산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과 정부의 지원책이 가동됐고 업계 구조조정 등을 통해 지금은 매끄럽게 연착륙하는 분위기"라며 "금리도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라 시장에서 ABCP가 계속 소화되고 있다.

크게 걱정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 작년 대형 증권사 등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중소형 증권사들의 ABCP를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프로그램의 시한을 다음 달 말에서 오는 12월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공매도 전면 재개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으나 "공매도에는 '투기'라는 부분도 있고 '헤지'라는 성격도 있는데 너무 한쪽만 부각되면 다른 순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며 "균형감을 갖고 제도가 보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토큰증권'과 관련해선 "회원사들이 기본적으로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함께 하길 원한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당국에서는 한 회사가 발행과 유통을 동시에 할 때 토큰증권 가격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 등의 문제 때문에 발행·유통을 분리해야 한다는 논리가 명확한 편"이라며 "당장은 (발행·유통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연금시장 활성화 필요성도 이날 재차 언급했다.

그는 "(현재는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합쳐) 연간 1천8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지만 이 액수를 '더블', 즉 3천600만원까지 추가로 납입할 수 있도록 하고 소득공제 범위도 넓히자고 건의하고 있다"면서 "지금보다 연금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많은 것이 장기적으로 좋다"고 판단했다.

향후 유망한 해외시장으로는 인도를 꼽았다.

서 협회장은 "인도는 인구가 많고 평균연령도 20대로 젊은 나라여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곳"이라며 "미래에셋의 경우 (현지시장 개척에) 17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한국이 많이 알려져 지금 진출하는 국내 증권·자산운용사들은 좀 더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