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합별관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한은 통합별관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통합 별관 공사 지연 문제로 조달청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박춘섭 전 조달청장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추천돼 주목을 받고 있다. 박 전 청장은 문제가 된 공사의 입찰 당시 조달청장이었고,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문제를 지적받고 답변한 것으로 파악됐다.

7일 법조계와 한은 등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월말 조달청을 상대로 통합 별관 공사가 입찰 문제로 지연돼 손해를 봤다며 5억원을 청구하는 내용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 지연으로 임차료 등이 더 지출됐는데 입찰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조달청의 책임이 있다는 취지였다.

한은 별관 공사 입찰은 지난 2017년 12월 이뤄졌다. 조달청은 당시 계룡건설을 낙찰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계룡건설보다 건설비를 589억원 적게 써내고도 2순위로 밀려난 삼성물산이 조정을 신청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감사원과 기획재정부도 입찰예정가(2829억원)보다 많은 금액을 써낸 계룡건설의 낙찰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조달청은 2019년 낙찰을 취소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계룡건설은 조달청의 이같은 조치가 부당하다고 보고 낙찰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이 계룡건설의 손을 들어주면서 최종적으로 2019년 말 착공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당초 창립 70주년인 2020년 상반기 통합별관에 입주하려던 한은의 계획은 무산됐다. 현재 서울 중구 삼성 본관을 임대 사용 중인 한은은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지하 4층·지상 16층 규모의 새 통합별관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입주가 3년 가량 지연되면서 임차료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이 조달청에 임차료 부담 등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한 배경이다.
한은-조달청 '공사지연' 소송 중인데…금통위원 된 당시 청장[강진규의 BOK워치]
지난 5일 새 금통위원으로 추천된 박 전 청장은 이 입찰이 진행될 당시 조달청장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7년 7월 예산실장에서 조달청장으로 이동했다. 박 전 청장은 이듬해 국회에서도 한은 별관 공사와 관련된 지적을 받은 적도 있다. 당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정당업자로 제재받은 계룡건설이 한은 별관 건축공사 낙찰을 받은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자 "제재한 기관이 기타공공기관이라 조달청이 입찰제한을 할 수 없고, (부정당업자는 입찰 참가를 제한하도록 한)한은의 내부 규정은 알 수가 없었다"고 답했다.

조달청은 한은의 소송과 관련해 "조달청에 위법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입찰지연과 손해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