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최근 유치원·어린이집을 중심으로 방울토마토를 먹은 뒤 식중독 의심 증상을 보였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됐다.
식중독 사태에…방울토마토값 44% '뚝'
7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국내산 방울토마토 도매가격은 ㎏당 3983원으로 전주보다 44.4% 하락했다. 전월 대비로는 32.7%, 전년 동월 대비로는 5.5% 떨어졌다.

방울토마토값이 하락한 건 최근 전국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태 때문이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 급식으로 나온 방울토마토를 먹은 일부 어린이가 구토와 복통 등 식중독 의심 증상을 보였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식약처는 덜 익은 토마토에 존재하는 토마틴 성분이 구토·복통을 유발했을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토마틴은 토마토가 숙성 단계에서 냉기에 노출됐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내는 물질이다. 전문가들은 특정 품종의 방울토마토가 올해 초 평년보다 낮은 기온에 자라면서 토마틴이 유독 많이 생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발주 취소에 방울토마토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충남 부여의 방울토마토 농가는 지난주 납품 예정이었던 공공급식 물량 30t의 주문 건이 취소되는 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방울토마토 농장주 A씨는 “수요가 확 줄어들어 창고에 장기간 보관되는 물량이 늘고 있다”며 “출하가 지연될 경우 폐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4~5월은 방울토마토가 본격 출하되는 시기여서 가격은 추가 하락할 전망이다. 테란에 따르면 평년(2013~2022년)에 방울토마토 도매가격은 ㎏당 4월 4026원, 5월 2956원, 6월 2316원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바이어는 “계절적인 영향으로 4~6월까지는 계속해서 방울토마토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며 “식중독 사태 여파가 장기화할 경우 가격 급락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이, 애호박 등 일부 시설 재배 작물은 따뜻한 날씨의 영향으로 시설비 부담이 줄어 가격이 내렸다. 오이 가격은 ㎏당 2054원으로 전주 대비 26.0% 하락했다.

3월 2~3주차에 충남 천안, 경북 상주 등 주산지 날씨가 따뜻해 오이 생산량이 3월 첫 주 대비 1.5배 이상 증가한 영향이다. 애호박 도매가격 역시 ㎏당 2188원으로 전주 대비 13.1% 저렴해졌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