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은행권의 ‘이자 장사’와 ‘성과급 잔치’를 비판한 이후 4대 은행이 대출금리 인하 등 8000억원 가까운 금융 지원책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이 발표한 ‘상생 금융 방안’을 분석한 결과 올해 개인과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 감소액은 763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방문에 맞춰 4대 은행이 발표한 지원책과 연초부터 시행 중인 금융 지원을 합산한 수치다.
'성과급 잔치' 비판에…4대 은행, 대출 금리 확 내린다
개인고객 지원액이 4091억원으로 절반을 웃돌았고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2507억원), 취약계층 지원(1032억원) 순이었다. 개인고객 지원 비중이 높은 것은 4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 금리를 0.3~0.7%포인트 일괄 인하했기 때문이다. 4대 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의 금융 지원액이 205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한(1903억원), 하나(1857억원), 국민은행(1820억원)은 비슷했다.

우리銀 금융지원액 가장 많아…주담대 0.7%P, 전세대출 0.6%P 내리기로
4대 은행, 가계대출 금리 인하에 초점…하나銀 취약계층 지원 507억으로 1위

4대 은행이 가계대출 금리 인하에 초점을 맞춘 것은 1050조원에 달하는 은행권 가계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게 ‘상생 금융’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해서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못 받을 가능성이 큰 취약계층의 연체 이자를 감면해주는 조치보다는 정상적인 대출의 금리를 낮추는 게 실효성이 높다”고 했다.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신용대출) 금리 인하 폭이 가장 큰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주담대는 0.7%포인트,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은 각각 0.6%포인트와 0.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국민(주담대 0.3%포인트·전세 0.3%포인트·신용 0.5%포인트)과 신한은행(주담대 0.4%포인트·전세 0.3%포인트·신용 0.4%포인트)은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16일부터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를 연 4.33~5.73%로 0.59%포인트 인하했다. 내리겠다고 발표한 0.3%포인트에 신규 코픽스 인하 폭(0.29%포인트)을 추가로 반영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달 전산 개발이 끝나는 대로 가계대출 금리를 인하할 계획이다.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은 4대 은행 모두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 고정금리 특별대출’을 지난달 31일부터 취급하기 시작했다. 대출금리가 연 7%를 넘어서면 초과분에 대해 최대 3%포인트까지 금리를 인하하고, 이자 감면 금액으로 대출 원금을 자동 상환하는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신한은행은 대출이자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기간이 끝난 대출은 자체적으로 기간을 연장해 이자 비용을 줄여준다.

취약계층 금융 지원 중에선 금리가 최고 연 20%에 달하는 2금융권 신용대출을 연 10% 미만 은행 대출로 바꿔주는 국민은행의 ‘KB국민희망대출’이 지난달 27일 출시 이후 이틀간 1500여 명이 신청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연소득이 2400만원 이상으로 1년 이상 재직한 근로소득자는 최대 1억원까지 2금융권 신용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

신한·하나은행은 신용등급이 낮고 소득이 적어 기존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차주에게 지원하는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 신규 대출금리를 각각 최대 1.5%포인트와 1%포인트 인하했다. 하나은행은 서민금융상품 고객 15만 명에게 에너지생활비(300억원)를 줘 취약계층 지원액이 50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김보형/박상용 기자 kph21c@hankyung.com